제목 <제네바 소식> (9) 제51차 유엔인권위원회 총괄정리
내용
"국제인권단체들, 한국인권운동의 대유엔 전략 충고

지난 10일 제51차 유엔 인권위가 93개의 결의안과 12개의 결정을 내리고 막을 내렸다. 보통 인권위원회 기간 중 엄청난 양의 문서가 6개 국어로 제출되고 회람된다. 올해도 공식문서만 1만쪽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결의안(Resolution)이다. 위원회는 결의안을 채택 또는 거부함으로써 특정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예를 들어 특정 주제나 나라에 대한 특별보고관의 경우 결의안에 의해 임기가 연장 또는 종료된다. 따라서 결의안은 8주간 회의의 요약이자 결과보고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엔 인권센터는 필요한 활동을 조정, 신설하곤 한다.


이번 인권위가 결의안을 통해 내린 주요결정은 다음과 같다.

△조세 벵구아(Jose Bengoa)씨를 ‘소득분배에 관한 특별보고관’으로 임명하고, 부룬디와 산업폐기물(Toxio Waste)에 관한 특별보고관 제도를 신설한다. △유엔 내에 원주민족(Indigenus Peoples)을 위한 항구적인 포럼의 설립 가능성에 대한 워크샵을 올해 안에 개최한다. △여성인권문제를 유엔제도에 통합하는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유엔의 인권조약감시기구와 실무분과의 의장, 특별보고관, 대표와 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회의를 소집한다. △유엔 인권센터 내에 반인종주의 연대(年代)와 발전권 선언에 관한 특별반(Fooal Point)을 설치한다. △인종주의에 관한 세계대회를 개최한다. △원주민족의 권리에 관한 유엔 선언문 초안, 고문방지조약에 관한 선택의정서, 소수집단(Minority) 권리(인권소위 산하), 아동매매, 아동매춘 및 아동 포르노 사진 관련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선택의정서를 준비하는 모두 4개의 실무분과를 신설한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시민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에 따른 제3선택의정서를 준비하는 실무분과의 설립을 고려한다. △국가비상사태(states of emergency)하에서도 침해될 수 없는(non-dergable) 권리에 관한 전문가 회의를 소집한다. △출정영장(Habeas Corpus, 구속 적부심사를 위해 피구속자를 법정에 출두시키는 영장)에 관한 연구를 인권소위에 요청한다.

이밖에도 인권위는 나라별 특별보고관의 경우 쿠바, 이란, 이라크, 자이레, 적도 기니아, 아프카니스탄, 미얀마(버마)에 대한 특별보고관의 임기가 연장되었다. 주제별 특별보고관의 경우, 종교적 불관용, 고문, 비사법적 처형, 용병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임기가 각각 3년씩 연장되었다. 

수많은 결정 가운데 대다수의 인권위 관계자는 28년을 지속해온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관련 인권문제가 공식의제에서 사라진 것과 5년만에 중국인권문제에 대한 결의안이 중국의 불처리 동의안(No-action motion)에도 불구하고 투표에 부쳐진 것을 이번 인권위의 2대 사건으로 지적했다.

한국인권문제의 경우 올해도 인권위의 ‘자의적 구금’ 등 여러 개 인권보고서에 한국의 인권문제가 언급되어(<인권하루소식> 347호 참조)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논의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비록 의제안건 10에서 로버트 케네디인권센터 등 3개의 국제인권단체가 한국의 국가보안법과 장기수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발언을 하여(<인권하루소식> 353, 349, 347호 참조) 처음으로 한국정부대표단이 반박권을 행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내용이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어 많은 국제인권단체의 실망과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관심을 모았던 정신대문제를 지적한 라디카 쿠아라수와미 여성폭력 특별보고관의 보고서가 채택되어, 특별보고관의 남북한과 일본 연내 방문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한국정부는 거의 모든 의제안건에서 발언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등 인권위 활동에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특별보고관등 여러가지 유엔의 인권제도를 강화하고 지원하는 발언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반박권 행사과정에서 나타났듯이 국내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과거 군사정권의 공식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국내인권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언급이 없어 내용이 빈약하고 인권개선의지가 결여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편 한국정부는 이번 인권위에서 3년 임기만에 처음으로 아태지역 인권기구의 정례화에 관한 결의안을 주도하여 통과시킴으로써 아태지역의 인권증진에 중요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인권외교의 구체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신안공정국으로 악화된 국내의 인권상황 때문에 인권에 대한 순수한 관심이 아니라 대외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홍보용 외교의 일환이라는 오해와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한국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권위 관계자들은 국제앰네스티 보고서가 지적하듯이 문민정권 하에서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보다 더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들이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문민정부 등장이후 국제사회에서 한국인권문제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갈수록 인권위에서 한국인권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엔의 모든 기구들이 그러하듯이 인권위 또한 워낙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유엔 인권위 사업에 임해야한다고 충고한다.

즉 국제인권법과 유엔인권기구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지닌 활동가를 발굴, 육성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인권문제를 정기적으로 알려 한국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의사와 의지가 있는 국제단체와의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 활동을 평소에 꾸준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외국의 인권문제에 보다 적극적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고 공통의 인권문제에 대해 주제별 접근 전략을 개발하는 것 또한 장기적으로 중요하다. 

이번 인권위를 통해 다시금 확인한 사실은 과거처럼 외국의 인권단체가 우리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우리의 문제만을 주장하는 것이 점점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네바-이성훈]"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10030
생산일자 1995-03-24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이성훈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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