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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국가보안법 제정 53년을 맞는 날이다. 유엔 인권이사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계속된 지탄과 수많은 피해자들의 고통스런 비명과 탄식을 집어삼키며 공안기관을 먹여 살려온 법이 또 부끄러운 한 살을 먹고 있다.
현 정권이 출범할 때 다른 것은 몰라도 국보법만은 개폐할 것이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급격한 변화와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라는 호조건 속에서도 여권은 어영부영하다가 결국 손을 대지 못했다. 인권운동가들이 혹한기 노상 단식농성으로 ‘인권’ 대통령에게 보낸 최후통첩도 소용없었다.
인간의 자유로운 내심을 억측하고 처벌하려는 법이 있는 한 사상 양심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적 인권은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러나 수구보수세력은 국보법이 안고 있는 반인권성을 ‘운영의 문제’로 호도해왔다.
더구나 올해는 한 술 더 떠 국보법의 아우까지 보려 하고 있다. 새롭게 떠오르는 ‘테러의 시대’에 공안권력의 주도권을 쥐려는 국정원과 ‘코걸이 귀걸이’식 폭압장치가 될 모호한 테러 개념이 만날 때 국민의 인권침해는 필연적인 것이다. 테러방지법! 그것은 국민의 공포에 기승하여 국정원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불과 1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을 두고 차관회의, 당정협의, 국무회의를 이틀만에 통과한 그 기민함은 각종 민생법안의 정체와 너무나 대조적이다. 보름 여의 짧은 기간 동안 세 차례나 법안이 수정된 것을 보면 국정원이 어지간히 서두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뜯어고쳐 위장하려 해도 국정원의 수사권 확대에 근거한 공안권력의 부활이라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진정 국민의 안전을 염려한다면 국정원을 정보기관에 머물게 하라. 국보법과 테러방지법의 쌍두마차를 국정원이 운전하는 일은 국민의 안전에 먹구름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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