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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학교 교수 9인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강의의 교재로 집필한 <한국사회의 이해>를 최근에 공안당국이 이적표현물로 문제삼는 조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우리는 아래와 같이 견해를 밝힌다.
이미 여러 학문공동체들이 지적하였듯이 <한국사회의 이해>는 그 동안 국내 사회과학계가 이룩한 연구성과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이러한 교재를 냉전적 시각에서 사법적으로 재단하려는 일은 학문, 사상의 자유뿐만 아니라 대학 자율성의 근간을 이루는 교수의 수업 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남북회담과 우루과이 라운드 등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한 현시점에서 공안당국이 이와 같은 사건을 터뜨린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우리는 현정부가 사회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평화적 남북통일을 위해 노력해 주시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김일성 북한주석 사후 급작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국정의 방향이 오도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한다. 소수의 기득권 세력이 주도하는 공안통치가 현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철저하게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무엇보다 시급히 요청되는 일은 한반도를 둘러싸나 강대국들의 이해를 조정하면서 평화적 통일정책과 민주적인 정치,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정부는 기득권 집단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의 건강성과 민주성의 기초를 마련하는 미래지향적인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에 문제된 경상대 사건 역시 공안분위기를 조성하여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하려는 소수 기득권세력의 시도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러한 반민주적 행위들은 우리 민족과 사회의 창조력을 쇠락 시킬 수밖에 없다. 당면과제인 전반적 사회개혁과 평화적 민족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상 표현의 자유와 자율적인 토론문화가 정착하도록 관계법령을 개폐하고 민주적인 제도와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이 자유와 자율성을 잃을 때 사회의 창조성이 쇠퇴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우리는 경상대 사태의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검찰은 경상대 교수 9인에 대한 소환 및 수사를 중지하라.
1. 정부는 공안통치의 시각에서 사법처리에 앞장 선 대검찰청의 최환 공안부장을 사퇴시키고 국민에게 사과하라.
1. 정부는 학문·사상·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도록 법과 제도를 개혁하라.
1.진실추구의 원칙과 사실확인이라는 최소한의 직업윤리마저 저버린 언론은 자성하라.
1994년 8월 9일
학문·사상·표현의 자유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국립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장단회의
민족문학작가회의 / 민주사회를 위한전국교수협의회 /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연합회 /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 전국사립대학교교수협의회연합회 /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 학술단체협의회 /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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