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편집자주> 하루가 멀다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6월 구국전위 사건을 시작으로 몰아친 공안바람은 거칠 것이 없다. 내일은 또 누가? 민가협 등 인권단체들이 10일 가진 ‘신 공안정국 인권침해 실태보고대회’에서 되짚어본 「신 공안정국의 국보법에 의한 인권침해실태」를 요약 정리해 싣는다.
1. 국제사회가 폐지를 촉구하는 국가보안법
미국정부는 2월25일 국무부의 한 고위관리를 통해 한국의 인권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그 뒤 크리스토퍼 미 국무부장관은 <문화방송>과의 위성대담을 통해 “한국정부와 국민이 국보법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미국의 케네디 인권재단, 세계기독학생연맹, 국제고문반대연합 등 민간단체 등은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국보법에 의한 한국의 인권침해 사례를 집중 거론하며 폐지를 요구했다. 국제사면위원회 또한 국보법과 노동쟁의조정법의 개정을 권고하는 ‘한국인권보고서’를 공개했다. 한편 여야는 지난 3월 4일 정치관계법의 미합의 쟁점에 대한 타결책을 찾기 위한 회담에서 국보법 개폐작업에 착수하기로 합의, 국회 법사위에서 국보법 개폐작업을 벌이기로 했으나 몇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진전된 바 없다.
2. 김영삼 정부에서의 국보법 적용 실태
김영삼 정부출범이후 7월 31일까지 1년5개월 동안 구속된 양심수는 6백34명이며 이중 국보법 위반 혐의 구속자는 2백83명(44.63%)이다. 출범이후 최대 구속자를 낸 6, 7월 구속자는 3백 9명, 그중 국보법 위반 구속자는 1백2명으로 집계되었다.
또한 출범 1년이 되는 2월 25일까지 구속된 양심수는 2백22명으로 국보법 위반 구속자는 62.4%인 1백39명을 차지했는데, 이들 중 2월25일 현재 재판을 마친 70명 가운데87.5%인 62명이 집행유예로 석방되고 8명(12.5%)만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국보법 조항 중 자의적 법적용률이 높은 이적표현물 소지, 배포 조항 위반 혐의로 구속된 사람이 국보법 전체 구속자의 33.6%나 차지해 실적위주의 수사관행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김영삼 정부 들어 대표적 국가보안법 적용사례는 컴퓨터통신, 미완성 창작 노래극 대본, 출판물 등을 들 수 있으며, 출판인에 대한 구속사태는 미묘하게도 그 시기가 국가안보문제가 심각하게 돌출될 때와 일치하는 점을 볼 수 있다.
3. 신 공안정국의 국가보안법 적용실태
<구국전위 사건>
6월16일 발표된 구국전위 사건은 ‘문민정부’ 들어 국보법 사건으로 23명이라는 가장 많은 구속자를 냈다. 그러나 사건 관련된 구속자 다수는 안기부, 검찰의 발표와는 달리 구국전위와 무관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더욱이 조사를 담당한 수사기관이 조작관련 혐의를 밝히지 못해 이적표현물 제작 등 별 건으로 조사를 벌이면서도 구국전위의 관련자로 발표하는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 따라서 구국전위 관련자로 발표된 다수의 사람들을 구국전위 건으로 공소유지가 불가능해 이적표현물 소지 등 단순 국보법위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며 9월부터 열릴 예정인 재판에서 공방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국전위사건의 문제점은 수사발표 과정에서도 보여진다. 안기부는 7월2일 안재구 씨 등을 검찰로 송치하며 ‘노동계 침투에 주력한 간첩단 사건’이라는 요지의 2차 발표를 했다. 그러나 7월28일 3차 발표에서는 ‘구국전위가 북한의 지령을 직접 받아 학원계와 노동계에 침투했고, 안씨는 북의 지령을 받고 조직원 김진국 씨를 통해 반미청년회총책인 조혁을 포섭, 93년 12월 전대협 동우회를 결성케 하고 전대협 후신인 한총련 활동을 조종했다’고 밝혔다. 3차보고 발표시점이 김주석 사망이후 조문파동과 박홍 총장의 ‘주사파 배후’발언 파문으로 보수언론과 공안세력들이 날마다 한총련-주사파 척결을 외치던 때와 일치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또한 전대협동우회는 조혁, 김진국씨는 전대협동우 회원도 아니며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고 김진국씨 또한 조혁씨과 안재구씨는 전혀 모르는 관계라고 말했다.
<김주석 사망이후 국가보안법 적용>
-조문파동과 국가보안법에 의한 인권침해
7월 임시국회에서 이부영 의원의 김주석 조문관련 발언 한마디가 보수세력과 여당의원의 집중공격을 받고 정치권은 조문논쟁에 휩싸였다. 이는 조문논쟁으로 비화되었고, 정부는 조문행위에 대해 강력한 형사처벌방침을 발표하며 대학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그 결과 ‘전남대 분향소사건’이 발생, 새로운 논란이 벌어졌고 각 대학에 대한 무차별적 압수수색으로 불법연행, 구속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통일원에 등록단체인 「조국평화통일추진 불교인협의회」의 회보기사와 관련 7월 20일 법타스님이 구속되었고, 조문미수혐의로 범민련 관계자들이 구속되었다. 또한 조의 현수막을 부착한 혐의로 7월 18일과 23일 시립대 최인규 부총학생회장과 한양대 안산교정의 김진숙 총 여학생회장이 각각 구속되기도 했다.
-한국사회의 이해 사법처리 방침, 대학교재와 교수에까지 국가보안법적용
박홍총장은 8월1일 일본의 한 일간지와 기자회견에서 ‘북한에서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국내 대학교수가 된 사례가 있다’는 충격적 발언을 했다. 공교롭게도 바로 다음날 대검공안부 최환공안부장은 ‘<한국사회의 이해>가 계급대립을 강조, 계급혁명과 폭력혁명을 선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국보법 위반 혐의로 내사중이라고 밝혔다. 경상대교수들에게 소환장 발부, 출국금지 등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학계와 법조계 문화예술계로 구성된 「학문·사상·표현의 자유수호를 위한 공대위」는 ‘4년 전 출간된 대학교재에 대해 이적성 여부를 문제삼겠다는 공안당국의 태도는 학문사상의 자유에 위배됨은 물론 교육권까지 훼손하려는 것’이라며 공동대응에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