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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상대학교의 교양교재인 <한국사회의 이해> 및 관련 교수들에 대한 공안당국의 수사는 우리들 사회학교수에게는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검찰의 발표 및 수사진행과 일부 언론의 보도내용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대학교수의 학문적인 저술과 강단에서의 강의내용이 수사의 대상이 되고, 그것도 국가보안법 상의 ‘이적행위’로 규정되는 작금의 현실에 대해 우리는 심대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우리는 대학교수의 학술활동과 강의활동에 대한 수사가 헌법상에 명문화되어 있는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것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물론 <한국사회의 이해>에 관해서는 학자들 간에 이견이 존재할 수 있음을 우리는 인정한다. 그러나 대학교재에 대한 사법적 처벌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회들 중에서 대학강단에서 학술적인 수준에서 토의된 학문적 연구업적과 사상에 대해 법적 제재를 가하는 곳이 지구촌 어디에 있는가를 묻고 싶다. 학술활동 및 그 성과물들은 ‘명백히 현존하는 위협’이 없는 경우에는 오직 대학 내부의 학술적 비판과 토론에 의해서만 그 성과가 규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학문과 사상을 공안기구의 비 학술적 판정에 종속시키려는 시도를 문민정부 하에서도 되풀이하고 있다.
다음으로 더욱더 우리 사회학자들에게 놀라운 것은 공안당국의 수사가 강의 중에 교수와 학생들 간에 이루어진 토의내용에 대해서도 적용될 것이라고 발표된 부분이었다. 정치적 사건조작의 의심을 떨칠 수 없는 이 같은 무리한 수사태도는 우선 그 방식에 있어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권위주의정권 하에서도 문제되지 않았던 교수의 ‘교수 권’과 ‘수업 권’을 사법적 대상으로 삼아 침해하려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사법당국의 이와 같은 태도를 최소한의 이성과 상식조차 무시한 행위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학 교수들은 이러한 비상식적이고 전근대적인 사상탄압이 이 한반도에서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사회가 좀더 성숙된 사회로 발전되기를 기대하면서 다음과 같은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고자 한다.
◆ 우 리 의 요 구 ◆
1. 경상대교수에 대한 수사와 인신구속의 시도를 중지할 것을 요구한다.
1. 반시대적인 강제구인을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한다.
1. 대학의 ‘교수권’, ‘수업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 시도를 중지할 것을 요구한다.
1. 일부 제도권언론은 균형적 보도태도를 되찾을 것을 요구한다.
1994년 8월 24일
경상대사태를 염려하는 사회학교수 일동(명단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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