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그 동안 검찰의 소환에 불응해오던 경상대교수들이 8월 30일 검찰에 출두하였다(중략).
이들의 이러한 합리적인 행동에 대한 검찰의 반응은 도저히 이성적인 것이라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검찰은 자진하여 구인에 응한 장상환, 정진상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현직 국립대학 교수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의 이번 처사는 검찰이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과거의 비민주적인 타성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당당히 밝히고 당국의 부당한 출두요구에 의연히 응한 교수들을 구속수사 하겠다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처사이다(중략).
법원의 구속영장 청구 기각은 사실상 이는 문제가 되고 있는 ꡔ한국사회의 이해ꡕ가 결코 ‘이적 표현 물’일 수 없으며 저자들의 행동이 결코 ‘이적행위’가 될 수 없다는 판단과도 같다. 이와 같은 판단은 법조인으로서의 양심과 지식인으로서의 양식에 지극히 합당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와 같은 정의로운 결정을 내린 법원의 용기 있는 행동에 깊은 경의와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이번 결정은 이 엄혹한 공안상황에서도 이 땅에 사법부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행위로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사법부의 이와 같은 조치에 대해 검찰측은 구속영장을 재 청구할 것을 공언하였다. 만약 검찰이 ‘이적표현물 제작·소지’ 등의 도저히 성립할 수 없는 혐의를 걸어 위 교수들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이는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만행을 되풀이하는 처사가 될 것이다. 우리 민교협 교수들은 검찰이 하루바삐 이성을 회복하여 경상대 교수들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검찰당국에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1. 검찰은 경상대 두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 청구하려는 기도를 철회하라.
1. 검찰은 학문적 작업을 사법적으로 재단하려는 반민주적 기도를 중단하라.
만약 검찰이 구속영장 재 청구를 강행하여 교수들이 구속되는 불행한 사태가 빚어진다면 우리 교수들과 지식인들은 비상한 결의로 비상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학문·사상·양심의 자유 등 국민기본권의 보장을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1994. 8. 31.
민교협 - 공동의장 고철환·고홍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