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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9일에 열린 「교수의 인권마저 유린되는 현실을 염려한다」는 긴급토론회에서 ‘안기부의 긴급구속과 인권’을 발표한 박 변호사와 서면인터뷰를 가졌다.
* 긴급구속에 관해 법률적 인권적 측면에서 소개한다면?
- 현행법상 인신구속은 사전 구속영장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고, 사후 구속영장에 의하는 경우는 현행범(준현행범)의 경우와 긴급구속의 경우 2가지가 있다. 긴급구속이라 함은 수사기관이 현행범인이 아닌 피의자를 구속영장 없이 구속하는 것을 말한다. 사전 영상주의의 예외인 위 긴급구속제도는 현행 헌법 제12조 제3항 단서에서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연장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제도 자체만으로는 인권을 유린한다고 말할 수 없으나 사전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이므로 그 요건을 엄격히 해석하여 하고 그 적용에도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나라 수사기관이 이를 남용함으로써 국민(좁게는 피의자)의 권리를 심각히 위협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 형사소송법 제206조에 규정된 긴급구속 요건은?
- 제206조 제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제70조 제1항 제2호, 제3호에 해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구속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유를 고하고 영장 없이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범죄의 중대성, 범죄의 객관적 혐의, 시간의 긴급 성, 구속의 사유 등 4가지 요건이 필요하고, 만일 이중 어느 하나를 결한다면 불법구속이 된다.
* 현재의 긴급구속이 법률적 요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몇 가지 사례를 든다면?
- 그 동안 소위 ‘임의동행’의 형식을 빌어왔기 때문에 긴급구속제도는 사문화된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에 ‘임의동행’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사법부로부터도 불법이라는 판단을 잇달아 받게 되자 이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긴급구속’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즉 본래 취지가 아닌 강제수사의 필요에 의하여 과거의 불법적인 ‘임의동행’에 합법의 옷을 입히려는 목적으로 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92년 김영삼 정부 출범이래 긴급 구속된 사람이 모두 13,732명에 이르고 이중 특히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도 않고 석방한 사람이 546명,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한 사람이 430명에 이른다는 사실만 보아도 명백하다.
* 법률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긴급구속, 사후영장을 청구할 때 법원은 이를 기각할 수 있는지요.
- 피의자는 긴급 구속된 이후 검사가 판사에게 사후영장을 청구할 때에야 비로소 긴급구속의 요건이 충족되었는가에 대하여 심사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긴급구속 당시에는 긴급구속의 요건이 결여되었으나 사후영장의 심사 당시에는 법 제201조의 구속 요건을 구비한 경우에 판사가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위법한 긴급구속을 판사가 승인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서 사후영장의 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 그러나 법원의 적극적인 판단은 아직까지는 없는 것 같으며, 이러한 현실이 우리 나라의 현 인권의식에 대한 징표이다.
* 긴급 구속시 사후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석방하는 경우는 어떤가요?
- 이러한 경우 피의자로서는 긴급구속이 정당한 것이었는지의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 받을 기회가 전혀 없다. 따라서 피의자가 받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 등을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막히게 된다. 일본의 경우 체포장 전치주의를 택하고 있어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석방할 경우에도 체포장을 법원에 청구하여 긴급구속의 요건을 충족하였는가에 대한 사후심사를 받아야만 하는 것이 통설이다.
* 현재 많이 이용되는 긴급구속이 피의자의 어떤 권리를 침해하는가?
- 말할 것도 없이 헌법상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 침해이다. 나아가 적법절차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의 녹을 먹는 국가기관(법 집행기관)이 스스로 법을 파괴하는 행위인 것이다.
*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긴급구속을 당한다면 피의자는 어떤 방법으로 권리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 법 논리적으로만 말하다 면 요건이 흠결된 채로 긴급 구속한 수사기관은 형법상의 직권남용죄, 체포 감금죄 등에 해당할 것이고,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위와 같은 구제방법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국민 전체의 인권의식, 특히 인권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법원의 높은 인권의식이 필요하다.
* 긴급구속의 남용, 오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 (1)현재 형법상 직권남용죄 등이 규정되어 있기는 하나 그 실효성이 의문이므로 아예 특별법을 정하거나 혹은 긴급구속 조항 자체에 특별조항을 넣어 수사기관이 명백히 긴급구속의 요건을 위배하여 긴급 구속하거나 남용하는 경우 처벌조항을 둠으로써 수사기관을 간접강제 하는 방법과 (2)수사기관의 긴급구속에 대한 법원의 통제를 강화하여 긴급구속시 영장발부 기간을 현행의 48시간 내지 72시간에서 24시간 정도로 단축하고 사후영장 발부시 법관에 의하여 필요적으로 피의자신문을 하게 하는 방안, 즉 필요적 영장실질검사에의 도입 등이 있겠다.
*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체포장제도와 긴급구속을 비교한다면?
-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현행의 긴급구속제도는 그대로 두고 새로 체포장제도만을 도입하였다. 즉 제200조의 2를 신설하여 체포장 제도를 두었고, 제201조의 2에서 “체포, 현행범 체포 또는 긴급 구속된 피의자에 대하여는 구속영장청구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 피의자를 심문 후 구속영장을 발부”하도록 하여 구속 전 피의자 신문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개정안 체포영장제도의 실시를 수사기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 임의적으로 활용할 수 잇도록 하고 있고(체포전치주의 불 채택), 또 체포장의 발부요건도 구속영장의 요건보다 훨씬 완화 되어 있어 도리어 수사기관의 편의대로 구속수사를 할 수 있는 길을 넓혀 놓았고, 영장실질심사제 역시 필수적이 아니라 임의적으로 하게 되어 국민의 인권을 생각하면 그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 요컨대 국민의 인권보장에 그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강제수사의 편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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