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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래 가장 가까운 동네에 사는 아이들은 매일 2시가 되면 가방을 들고 공부방으로 행한다. 연탄수레가 겨우 다닐만한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높고도 낮은 층계를 내려간 후 공부방에 이르면 다닥다닥 맞붙은 집 사이로 공부방이 보인다. 있는 집 아이들이 학원 봉고차를 타고 두 세 개정도 학원가방을 들면서 피아노, 과외, 무용학원으로 향하는 모습과는 대조를 이룬다. 기식이(밤골아이네 공부방)는 오늘도 일 나가신 엄마, 아빠 대신 동생에게 점심을 먹이고 곧장 공부방으로 갔다. 반겨줄 선생님과 친구들이 기다린다는 기대감으로…….
이름하여 ‘산동네, 달동네’라고 불리 우는 도시빈민지역은 가난하지만 정겹고 따뜻한 우리의 이웃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서울 도시빈민 지역에는 30여 개 공부방이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로 맞벌이 부모가 많은 가정의 아이들이 모여 공부도 하고 제도교육에서 다루고 있지 못하는 인성교육도 하면서 건강한 인간으로 성장해 나간다. 보통 10-20평 공간에 8명에서 30명까지의 어린이들이 있고 1명의 실무자와 6-17명의 자원봉사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살림은 대개 후원금으로 운영하지만 넉넉하지는 못하다.
공부방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전인교육의 실시’다. 현재 제도교육은 학생을 능력과 경쟁력을 가진 인간으로 양성한다. 또한 중산층의 가치가 사회화되는 과정은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는 교육 내용 면에서 소외감을 낳게 한다. 배은경(간사)씨는 공부방의 교육목표를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 사회의 주인공으로서 당당하게 자신감을 가지며 살아가고 나 혼자만이 아닌 우리가 모여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공부방에서는 학습향상을 위한 교육도 진행하지만 무엇보다 인성 교육과 공동체 교육에 비중을 둔다. 가정과 학교에서 사람들로부터 풍족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이를 통해 개개인의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배씨는 “무언가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뚱뚱 부은 얼굴로 공부방에 처음 왔던 민영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밝은 얼굴로 변화되었다. 자기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운 모양이다‘고 말한다. 교수방법에 있어서도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배우고 가르치고 있어 생활에서 나눔의 의미를 진정으로 체험한다.
초기 공부방은 지역운동에 뜻을 두거나 민중교회와 같이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하려는 소그룹 단위의 활동가들이 모여 봉천동, 행당동, 미아동, 신림동 등 지역에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작은 결실들이 모이고 서로의 뜻을 하나로 합쳐보자는 의미로 1988년 「서울지역공부방연합」(회장 이미경)이 만들어졌다. 봉천동, 성수동, 상계동, 삼양동 등 지역 공부방이 모여 연합조직이 만들어졌고 중앙 사무국 산하에 교육분과, 학생분과, 어머니학교분과 등으로 구성되었다. 사무국은 각 공부방을 위한 교육사업 예를 들어 공동체 교육 프로그램과 교사교육을 담당하고 지난 10월 8일 있었던 “민들레의 합창”과 같은 전체적인 기획사업을 준비한다.
공부방 운동은 교육운동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운동에 대한 전망을 가지고 있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라든지 민주적 발전을 위한 정치참여, 마을 문화 제 개최 등은 공부방이 지역 속에 지역운동의 한 센터로서 자기위상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부방에 나오는 아이들의 부모님으로 구성된 자부 회와 자모회 모임은 지역에 대한 시민참여를 알리는 작은 씨앗이다.
현재 금호동, 행당동, 봉천동에 위치한 희망의 집, 푸른 하늘, 행당배움터, 친구네 공부방은 철거에 임박해 있다. 이들 지역의 철거투쟁은 공부방 자모회 어머니들이 중심이 되어 움직이고 있다. 실무자들은 철거바람이 몰고 오는 지역공동체의 해체 현상을 걱정하며 이들이 상처 입더라도 자기의 권리를 찾아나갈 수 있도록 조력하고 있다.
토요일 오후는 마을 뒷산에서 체육시간이 있는 날이다. 동네는 마음놓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없지만 뒷산만큼은 아이들 차지이다. 동사무소에서 지어준 놀이터는 녹이 슬고 그네 줄은 빠져 삐그덕 거리기 일쑤이다.
그러나 흙과 나무, 돌, 맑은 공기의 자연을 아이들의 진정한 녹슬지 않은 놀이터이다. 신나게 선생님들과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지막으로 배씨는 “세계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교육을 평등하게 받았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바램을 밝혔다.
전화: 712-8308
<하루소식 기자: 최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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