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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오 씨 양심선언 현지조사 결과 발표
지난 10월 31일 독일 베를린 현지에서 양심선언을 통해 안기부 프락치 활동을 공개한 백흥용(가명: 배인오, 전 남누리 영상 대표, 하루소식 11월1일자 참조)를 11월 2일부터 7일까지 4박5일 동안 민변 소속의 이덕우, 이기욱 변호사가 베를린 현지에 가서 직접 만나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대표 고영구 변호사)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위원장 김상근 목사)는 9일 오전 10시부터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안기부 간첩 공작 수사 기자회견”을 갖고 이를 발표하였다.
기자회견에 배포된 자료집에는 백흥용 씨가 직접 작성한 두 통의 진술서 사본과 안기부 수사관의 얼굴과 말소리를 담은 비디오 테이프의 녹취록, 백흥용 씨 여권 사본, 독일방문조사보고서, 성명서 등이 실렸다. 또, 기자회견에서는 백흥용 씨가 안기부 직원 몰래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가 상영되었다.
두 변호사는 4박5일간의 조사결과 백흥용 씨의 양심선언이 진실임을 믿게 되었고, 비디오 테이프 등이 물적 증거라고 말하였다.
고영구 민변 대표는 인사말에서 “이 사건은 안기부 프락치 공작이 처음 공개된 사건이고, 프락치 공작에 대한 물적 증거까지 있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전제하고, “이 사건의 핵심은 안기부가 이미 진행된 범죄에 대해 수사를 행한 것이 아니라 사건을 계획하여 프락치를 투입하고 간첩을 조작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기자회견 장에 함께 참석한 김은주 씨는 비디오 테이프에 나온 인물이 자신을 직접 수사한 인물이라며 백흥용 씨의 진술이 사실임을 증언하였다. 김은주 씨는 “김 과장이라는 사람이 당시 3일 동안 안기부 지하실에서 조사를 했는데, 그는 험상궂은 얼굴과 특유의 억양이 뚜렷이 기억난다. 이 사람은 내 뺨을 때리고 구타를 하고, 심지어는 옷을 벗겨야지 안되겠네 하는 등의 말을 거침없이 했다. 또, 한 사람(윤봉환)은 검찰에 송치될 때 동행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두 변호사는 백흥용 씨에게 지시를 내린 안기부 직원은 과장이 김성훈, 다른 직원은 윤동한(또는 윤봉환)이라고 밝혔다. 발표에 의하면 백흥용 씨는 자신이 올 초에 이기욱 변호사 사무실 등에 나타나 프락치가 아니라고 해명하고 다닌 것도 모두 안기부의 지시에 의한 것이며, 운동권 중 7-8명이 프락치 포섭대상자를 선정하여 공작을 진행하고 있었고, 그중 두 명 정도는 확실하게 협조할 의사가 있었는데 현재는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또, 백흥용 씨가 안기부직원을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는 93년 10월 30일 백씨의 선배 약혼식을 찍어주다가 안기부 직원들을 몰래 촬영한 것과 약혼식을 마치고 차안에서 찍은 것이고, 두 번째 테이프는 대부분 말소리만 녹음이 되었는데 이는 안기부 직원들이 자꾸 비디오 테이프를 의식해서 의심받을 것을 우려하여 렌즈의 캡을 씌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백씨는 지난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주로 파주의 광탄 낚시터에 안기부 과장의 지시로 피신해 있었고, 이 기간 동안 초보적인 공작 교육을 받았으며, 김현희도 만났다고 한다.
이 낚시터에 피신해 있을 때 92년 5월 안기부 부산 안가 등지에서 조사를 받을 때 “이내창(89년 중앙대 총 학생회장, 의문사-편집자 주)이 우리에게 협조를 안 해서 죽었다”는 말이 생각나 극도의 공포감을 느꼈다고 한다.
두 변호사가 입국할 때 공항 대합실에서 세관에 들어가 짐을 조사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이에 응하지 않고 자동차로 급히 그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한편, 민변 등은 백씨의 양심선언을 계기로 김삼석 남매의 사건에 대한 진상이 규명되어야 이를 위해 재심청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대통령의 사과 △사건 관련자와 안기부장의 파면 △국정조사권의 발동에 의한 유사사건의 의혹 규명 △사건 재발을 방지할 대책 강구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하여 안기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 이번 사건에 대해 안기부는 이것은 범청학련과 한총련 등이 조작한 것이라고 민변에 전화로 얘기했다고 하며, 국회의 한 소식통에 의하면 국회 정보 위에서 안기부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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