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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의 첫걸음은 군민주화의 실현입니다. 진정한 문민정부는 군사정권과의 단호한 단절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습니다. 군사통치의 잔재를 깨끗이 청산하고 오욕으로 얼룩진 한국군의 모습을 바로 세우는 일은 현 정부가 진정한 문민정부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입니다. (중략)
5 6공 군사정권 하에서 군부와 정치군인들은 병사들의 '국방의 의무 수행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여 왔습니다. 정치군부에 의에 변질된 국방의 의무는 병사들의 모든 권리를 박탈해 왔으며, 전쟁도 하지 않는 군대에서 1년에 700여명이나 되는 병사들이 죽어가고 있는 군의 비민주적 구조를 온존시켜 왔습니다. 이러한 군부와 정치군인들에 대항하여 그 동안 44명이나 되는 군인 전경들은 일신상의 수배와 구속이라는 시대의 아픔 속에서도 양심선언을 통해 군대에서 빚어지는 온갖 부정과 비리의 진상을 사회에 폭로함으로써 군민주화와 사회민주화를 실현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특히 지난 5월 25일부터 7월 21일까지는 임성호 일경 등 양심선언 군인 전경 수배자 8인의 '한국군의 5 6공 청산과 민주개혁을 촉구'하는 농성투쟁이 58일간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는 문민시대를 맞이하여 군사통치의 잔재가 청산되고 진정한 군 민주개혁이 실현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문민정부임을 자임하는 현 정권은 지난 7월21일 '한국군의 민주개혁을 촉구하기 위한 청와대 면담'을 위해 평화행진을 하던 양심선언 수배자 8인을 백골단을 동원해 무차별 연행, 전원 구속하였습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우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5 6공 군사정권과 현 김영삼 정권이 과연 무엇이 다른지 근본적으로 회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영삼 정권은 군사정권 시절 군대에서 자행되었던 온갖 부정비리를 고발하고 병사들의 권리회복과 군민주화 실현을 위해 노력해온 양심선언 군인전경들에 대해 양심선언이 문민정부 출범에 크게 기여했다며 그 정당성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현 정권이 진심으로 양심선언의 정당성을 인정한다면 실정법 운운하며 처벌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먼저 양심선언 속에 담겨있는 군민주화의 내용들을 실현했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양심선언은 탈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중략)
진정한 문민시대는 전면적인 군 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지금은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기 위한 국민과 병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양심선언 군인전경들의 가족과 윤석양후원사업회, 계속해서 양심선언 군인전경들의 농성을 지원해왔던 학우들이 함께 모여 [양심선언 군인전경 지원대책위원회]의 결성을 선언합니다. 본 대책위원회는 앞으로 양심 선언자들의 무죄석방과 명예회복 그리고 병사들의 권리회복과 군 민주화의 실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1993년 8월 9일
양심선언 군인전경 지원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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