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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대법원(형사1부, 이용우 대법관)은 정신지체 청소년 이모(16세, 정신지체 2급)양을 상습적으로 성폭행 해온 가해자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각각 징역 3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는 정신지체인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수사과정에서 나온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획기적인 판결로서, 앞으로 장애인 성폭력 사건이 법정에서 다뤄질 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장애인 성폭력 사건은 범죄가 확실시돼도 피해자의 진술이나 증언에 신빙성이 부여되지 않아 가해자 처벌의 예가 희박했다.
지난 해 6월 4일 열린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이 양이 법정진술 시에 '가해자 이 씨와는 연애(성폭력, 피해자의 언어)를 하지 않았다'고 애초의 진술을 번복했다는 이유를 들어 가해자 4명 중 이모 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해, 장애인·여성단체들의 강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정신지체 전문가들은 정신지체인의 특성상 진술이 엇갈릴 수 있으며, 특히 '예'와 '아니오' 식의 답변만 강요하는 법정의 위압적인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이 보다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지난 해 9월 19일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공판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서 초기 수사과정에서 피해자가 진술한 내용을 사실로 인정해 가해자 이모 씨에 대해 1심 판결을 깨고 징역3년형의 유죄를 선고했다. 이모 양은 이 씨의 '성기 부분에 점이 있다'는 것과 '발가락이 이상하다'는 등 보통 알기 어려운 신체적 특징을 정확하게 지적했고, 수사과정에서 성폭력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바 있다.
고법은 ""피해자가 … 다소 진술에 변동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정신지체 장애인임을 고려하지 않고 비장애인과 같은 수준의 일관되고 명확한 진술을 요구할 수는 없으며, 피해자가 가해자 자신도 몰랐던 신체적 특징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가해자 이모 씨는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결문에서 밝혔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한 데는 고법의 유죄 판결 이유가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서울 상계동에 사는 이 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같은 동네에 사는 여러 남성들에게 수 차례 강간과 성추행을 당해왔다. 이 양의 성폭력 피해 사실은 2000년 8월 처음 밝혀졌고,이 양이 지목했던 여러 명의 가해자 중 증거가 뚜렷한 4명의 가해자가 2000년 12월 구속돼 재판을 받았다. 그 중 이 씨와 황모 씨는 이번 판결로 징역 3년형이 확정됐고, 장모 씨와 이모 씨는 2심 판결에서 각각 징역 2년 6월, 장기 2년 단기 1년 6월의 형을 확정받았다.
9개의 여성·장애인단체로 이뤄진 「여성장애인 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0일 성명을 발표해 ""이번 판결이 앞으로 진행될 장애인 성폭력 재판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공대위는 ""앞으로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를 법정에 세우지 말고 장애를 충분히 고려한 진술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한편, 이모 양은 지난 해 1월부터 성폭력 피해자 쉼터에서 지내며,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명숙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가해자의 처벌만큼이나,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정서적 안정을 되찾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쉼터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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