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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여 명에 이르던 (주)효성의 노조원이 4~5년 사이에 900여 명으로 줄었다. 그래도 여전히 정문을 통해 회사내로 출근하는 사람의 숫자에는 거의 변함이 없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몇 년전부터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소사장제도와 도급화, 그리고 IMF 이후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의 확대가 바로 그 이유다.
(주)효성이 파업10일째를 넘어서면서 화섬업계 전체로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30일 한국화섬협회(www.kcfa.or.kr)는 호소문을 통해 효성 울산공장에 “하루빨리 공권력을 투입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며, 이를 방치할 경우 태광 대한 고합 등 인근공장으로 파업의 여파가 확산될 것이라며, 세계적인 공급과잉, 경쟁심화 등으로 화섬업계는 지금 매우 어려운 사정에 처해있으므로 ‘구조조정과 인건비 절감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말그대로 화섬업계의 국제경쟁력이 중국에 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요인은 뒤떨어지는 품질, 마케팅 능력부족, 가격 경쟁력 저하 등으로 인한 시장원리에 기인한 것이다(국제섬유신문 5월 14일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섬업계는 사장단 회의를 통해 ‘구조조정에 대하여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마지노선을 정해놓고 공동대응하면서 정부에게 공권력 투입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그렇다면 효성의 이번 파업사태의 원인은 무엇일까? 과연 화섬업계의 주장처럼 무리한 임금인상 등에 있는 것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효성은 수년동안 정년퇴직 및 사직자들의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면서 부분적으로 개별라인의 도급화를 진행하여왔다. 97년 공무계전 부문이 ‘M-Tec’라는 하청회사로 분리되더니 2000년 초에 코드3과마저 ‘상원’으로 바뀌었다. 효성 노동자들에게 있어 ‘배치전환’이란 바로 비정규직 채용, 그리고 라인의 ‘도급화’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작년 말부터 사측은 또다시 설비변경 및 채산성을 이유로 들면서 연신과에서 17명의 인력감소가 필요하다며 연신1반의 36명 정직원중 남자 6명과 여자 1명을 방사3과로, 남 여 각 1명씩은 연신2반으로 전환배치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신과는 70만원짜리가 돌려야 한다’는 효성 의료사 생산팀장의 말은 대한화섬협회의 ‘구조조정과 인건비 절감을 통한 경쟁력 향상’ 주장의 근본 취지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깨달을 수 있게 한다. 그러기에 효성노동자들의 싸움은 개별기업 노동자들의 싸움이 아닌, 화섬업계의 중심에선 싸움이며, 신자유주의 시장하의 ‘경쟁력’이란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는 싸움이며, 사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의 모범을 보여주는 싸움인 것이다.
(최민식 씨는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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