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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불법파업을 엄단하라”는 재계의 요구에 못 이기는 척, 정부는 5일 새벽 5시 20분경 (주)효성 울산공장(아래 효성)에 경찰병력을 투입했다. 공장 안에서 농성 중이던 7백여 노동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최민석 직무대행 등 7명은 5일 저녁 12시 현재 방사과 옥탑을 거점으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공장을 빠져나온 효성노조(위원장 박현정) 노동자들은 경찰의 효성노조 침탈에 대해 항의하며, 오전 10시경 울산 남구 야음삼거리에 모여 공업탑 로타리까지 가두행진을 했다. 이때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태광노동자 등이 가세하여, 시위대는 2천5백여 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저녁 8시경까지 공업탑 로타리, 울산시청 및 삼산동 현대백화점에서 거리집회를 계속했다.
이날 금속연맹 울산본부 이정현 조직부장 등 60여 명이 연행됐다. 한편 이상도 씨 등 현대자동차 노조원 9명은 부상을 당해 제일병원 등으로 후송됐다. 특히 효성 정은희 조합원은 전경의 방패에 머리가 찍혀 울산대학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경찰병력 투입이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민주노총의 경고가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아래 경총) 남영우 노사대책팀장은 “효성파업은 조합원 찬반투표도 하지 않은 불법”이라며 경찰병력 투입을 두둔했다. 남 팀장은 “효성 노동자들이 이렇게 파업을 하는 것은 뭔가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불신했다. 이러한불신은 노조와의 교섭에 일절 불응했던 효성의 태도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울산인권운동연대(대표 최민식) 김석한 활동가는 “93년까지 2천명이던 정규직 노동자들 중 1천1백여 명이 비정규직으로 대체됐다”며 노조가 제기하는 문제의 본질은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있음을 설명했다. 이어 “사측은 한번도 교섭에 임하지 않고 노조에 대해 업무방해 고소고발만 남발했다”며, “효성파업은 실정법상 불법이지만, 이러한 원인을 제공한 것은 오히려 사측”이라고 주장했다.
애초부터 자율협상을 무시하며 공권력 타령만 해 왔던 효성에 대해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1일 김호진 노동부장관이 직접 대화를 주선했지만, 징계철회 등 노조의 요구를 효성이 받아들이도록 하지는 못했다. 노동부 노사조정과 ㅇ감독관은 “국가적 손실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경찰병력 투입을 정당화했다. 노사갈등이 자율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경찰병력을 투입해 노조를 진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
민주노총은 5일 울산에 임원을 급파하는 한편 “경찰과 김대중 정권은 재계의 사냥개가 됐다”며 경찰력 투입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
울산인권운동연대도 이날 성명을 통해 “효성문제의 책임은 정당한 교섭요구에 응하지 않는 사측을 관리감독하지 않고 교섭중인 집행부를 구속시켜 버린 정부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전국민중연대(준)도 성명을 발표하여 “경찰의 침탈이 전경련과 경총이 공권력 투입을 요청한 이후 일어난 점을 주목”하며, “김대중정권이 하는 일이란 초국적자본과 극소수 가진 자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노동자를 때려잡는 것 외에는 없다”고 규탄했다.
울산지역 노동자들은 6일 오후 3시 30분 삼산동 현대백화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9일 민주노총과 함께 대규모 영남노동자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효성 경찰병력 투입을 규탄하며 7, 8, 9일 전경련 앞에서 연일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전국민중연대(준)은 7일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경찰, 구사대, 용역깡패 폭력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기자회견 및 집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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