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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학살의 진상이 '역사의 심판'에 맡겨지는 가운데 고문후유증으로 아직도 치떨리는 과거를 잊지 못한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수많은 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거짓과 진실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려져 현 시대의 본질을 집약적으로 보여주었던 '유서대필사건'을 우리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또한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시대의 치욕으로 여겨야 한다는 무서운 주장을 펼치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갇힌 한 젊은 학자가 지금 우리의 눈앞에 있다.
그러나 삶의 존엄을 위협받음이 어찌 정치범과 정치투쟁을 하는 이들뿐이겠는가?
인간의 존엄을 위협함으로써만 지탱되는 사회는 항상 알맞는 희생양을 만들어내게 마련이다. '심령술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희한한 결합으로써 무고한 시민을 정신착란과 마침내는 죽음의 문턱에까지 내몰며 무참하게 인권을 유린했던 ""화성사건의 진상""은 유야무야 잊혀져가고 있다. 제대로 거동도 못하는 장애인을 목발까지 빼앗으며 집단폭행 했던 ""가평 한국판 '로드니 킹 사건'""은 그저 우연히 발견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해야 한다.
법이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아니 제도와 국가는 누구의 것이며, 누구에 의해 만들어져야 하는가? 라는 괴로운 질문에 우리는 날마다 맞닥뜨리며 살아가야 한다. '안보'와 '질서'의 이름 아래 인권이 광범위하게 유린되고 있는 사회, 우리는 감히 말하건대 소위 '문민정부'의 현실을 이렇게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인권은 정치적 목적에 의해 '거래'될 수 없다. 그것은 다시 말하자면 인류가 지금까지 이룩해온 고귀한 가치이며 민중에 의한 기본적 '통치이념'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관 나으리들이 재산자랑을 하던 다음 날, 역설적이게도 [인권하루소식]은 가진 것 없이 초라하게 출발한다. 그리고 [인권하루소식]은 그들 중 누가 인간의 권리를 앞장 서 부정했으며, 법과 제도를 주물러가며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자 했는지를 기억한다.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아나, 가마 메는 괴로움은 모르는"" 이들의 어리석음을 [인권하루소식]은 슬퍼한다.
우리는 참다운 자유세상을 만들기 위해 진실을 전달하는데 주저함이 없으며, 진실을 찾기 위해 본질을 파헤침에도 두려움이 없다. 뜨거운 연대와 애정은 우리의 용기를 북돋을 것이며, 날카로운 비판은 우리의 필봉을 더욱 날선 칼날로 만들 것이다. 우리는 그 '시린 칼날'로 인권유린의 현장을 가차없이 내리칠 것이다.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을 기대한다.
1993년 9월 7일
인권운동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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