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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차 유엔인권위가 6주간 일정을 마치고 지난 25일 막을 내렸다. 인권위는 이번 회기에 모두 86개의 결의안과 18개의 결정을 채택했다. 양적 측면에서는 예년과 같은 높은 '생산성'을 보였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전반적인 '품질 저하'와 함께 다량의 '불량품'도 만들어냈다는 게 대다수 인권단체의 평가다. 전반적으로 작년 인권위가 9.11과 미국의 '부재'로 '순항'했다면, 올해는 회기 중 발생한 미 영의 이라크 침공과 미국의 복귀로 난항에 난항을 거듭했다.
""인권위, 정치흥정 장소로 전락"" 평가
페막식 직후 대다수의 국제인권단체들은 한마디로 ""매우 실망스럽고 인권위의 미래가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당수의 단체들이 '인권위가 국제적 차원의 인권보호와 증진이라는 본래의 사명을 망각하고 정치적 담합과 흥정 장소로 전락했다'는 요지의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폐막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제인권연합(FIDH)의 앙트완느 메델린 씨는 ""인권위는 무역박람회로 전락했고 인권은 정치적 고려와 '국익'에 따라 사고 파는 '상품'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대다수의 인권단체들은 올해 다시 위원국 지위를 회복한 미국의 오만과 횡포를 강력 비판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감시(Human Rights Watch)는 폐막 성명에서 ""미국은 석연치 않은 정치적 고려에 따라, 체첸 결의안 공동제출자 참여를 기피하고, 중국결의안을 포기했다""며 인권의 정치화와 이중잣대를 비판했다. 미국은 나아가 자국에 불리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인권침해에 관한 논의를 정치력을 동원해 차단하고, 국제형사재판소 비준이나 특히 18세 이하 아동의 사형문제에 대해서도 사사건건 물고늘어지는 집요함을 보였다.
미국은 또 발전권과 경제 사회적 권리에 관해서도 '각 국이 자국 사정에 따라 정해야 한다' 또는 '경제적 권리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등 기존 국제인권법의 성과를 부정하는 일방주의적 입장을 견지하기도 했다.
또 과거에는 표 대결 없이 합의로 채택되던 많은 결의안들이 올해는 표결에 부쳐지는 경우가 많았고 서방 국가들과 '제3세계' 국가들과의 대결분위기가 더욱 고조됐다. 기본적으로 정권안보에 집착하는 인권후진국들의 방어적 '집단행동'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미국의 '막가파식' 행동에 대한 반작용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제네바의 한 인권전문가는 ""예년에 비해 '내 멋대로'식 분위기가 팽배해진 것은 유엔헌장을 무시한 이라크 침공의 여파""라며 ""최고 규범인 유엔헌장이 정치 군사 논리에 의해 간단히 무시되는 현실에서 국제인권법이 지녔던 규범적 구속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성적 지향 관련 결의안, '질식사'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인권위 사상 최초로 성적 지향으로 인한 인권침해에 관한 결의안이 브라질에 의해 제출됐다. 유럽연합 대다수 국가의 지지를 받은 이 결의안은 그러나 이슬람국가들의 집요한 방해로 표결에 부쳐지지 못한 채 시간부족으로 폐기됐다. 인권의 보편성과 피해자의 존엄성이 종교적 가치와 문화적 특수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일부 국가들의 정치 '공작'에 의해 '질식사'당하는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한국정부, 사형폐지 결의안에 반대
국내 인권단체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던 사형폐지에 관한 결의안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찬성 24, 반대 18, 기권 10, 불참 1로 채택되었다. 유럽연합과 동유럽, 대부분의 남미 국가들은 찬성표를 던졌고 미국과 대다수의 아시아,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잘 모르거나 애매하면 기권 또는 불참(북한결의안의 경우) 하던 관행과 달리, 한국정부는 반대표를 행사함으로써 사형문제에서는 '인권후진국'과 입장을 같이했다.
나라별 결의안의 경우 기존의 쿠바, 민주주의콩고공화국, 부룬디, 버마, 이스라엘 이외에 북한, 벨라루스, 투르크메니스탄 3개국이 새로 추가됐고 수단, 짐바브웨, 체첸 결의안은 부결됐다.
이라크 침공 후 인권문제 안 다루기로
이라크 결의안의 경우, 지금 상태를 '무정부 아니면 점령국의 통치 상태로 볼 것인가', 또 '과거뿐 아니라 3월 21일 침공이후 발생한 인권침해를 포함시킬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과거 인권침해만을 다루는 특별보고관의 임기를 1년 연장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결의안은 채택됐다. 법적 논란이 결국 정치적 힘에 의해 '해소'됐고 이에 항의하여 7개국이 표결 참여를 거부했다. 미 영의 침공과 관련한 인권과 인도적 문제를 다루는 특별세션에 반대했던 대다수의 서방국가들은 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한국정부도 여기에 동조했다.
아쉬움 속 긍정적 열매도 일부 열려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권위에서 긍정적 성과라고 부를 만한 진전이 몇몇 영역에서 있었다. 예를 들면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조약에 따른 개인청원을 가능케 하는 선택의정서에 관한 권고안 마련을 위한 실무분과(Working Group) 설립 △불처벌 문제에 관한 독립적인 조사연구 실시 △테러리즘을 다루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문제에 관한 인권고등판무관실의 조사연구 △난민과 망명신청자의 보호에 관한 인권고등판무관실의 조사연구 보고서 준비 등이 있다.
위원국 자격 논란 거세질 듯
한편, 서지오 드 멜로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폐막 연설에서 다시 인권위 위원국 자격 문제를 거론하고 나서 앞으로 후보국가의 자격 논란이 매우 높아질 전망이다. 국제인권단체들은 향후 인권위 위원국으로 선출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핵심 인권조약 비준과 국가보고서 제출 의무의 성실한 이행 등을 들고 있다. 이 기준이 엄격 적용될 경우, 기존의 인권침해국가들은 물론 미국과 한국 역시 상당한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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