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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하여 항고절차나 헌법소원을 하지 않고 곧바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사건 진정을 했을 경우, 이를 각하할 것인지 아니면 조사를 거쳐 의견을 낼 것인가를 두고 인권위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2월 19일 현재, 인권위에 접수된 이 같은 진정 사건은 인권침해조사국의 경우 21건, 차별조사국의 경우 15건으로 모두 36건으로 집계되고 있다. 검찰이 고소, 진정사건에 대해 불기소, 불입건, 협의 없음, 내사 종결, 공람 종결(검토 종결) 등의 처분을 내리는 기소 독점주의, 기소 편의주의에 제동을 걸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인권위가 이런 진정 사건을 조사해야 억울한 피해자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인권위를 깊은 고민에 빠뜨린 중요한 요인이다.
그렇지만, 이번 결정 여하에 따라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피해자들의 진정이 봇물 터지듯 밀려들 것이 눈에 보이는 현실도 인권위원들이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붙드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어려움 때문인지 지난해 5월 제17차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신동운 인권위원이 이 사안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제출한 이래 11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권위의 방침은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 4월 14일에 열린 제39차 전원위원회에서도 끝내 인권위의 방침은 정해지지 못한 채 다음 회의로 논의가 연기된 것이다.
신동운 위원, ""불기소처분으로 인한 평등권 침해는 인권위가 구제해야""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 1항 5호는 ""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의 재판,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절차가 진행중이거나 종결된 경우""를 진정의 각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다만 불법체포 감금, 고문 가혹행위, 직권남용행위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신동운 위원은 위 법 조문이 ""(다른) 구제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국가인권위에 진정한 경우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런 경우에는 인권위가 각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피력한 바 있다. 또한 ""국가기관인 검사의 불기소처분과 관련하여 헌법 제11조에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당한 경우에 피해자 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는 위원회에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 논의를 촉발시켰다.
법무부등, ""인권위 조사는 바람직안해""
이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이 분분하자 인권위는 4개 법률단체에 의견을 조회했다. 이중 한국헌법학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각하 또는 (검찰 등 다른 국가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내왔고, 법무부도 같은 의견을 표명했다. 법무부는 ""제35조에 규정된 인권위원회의 한계, 타국가기관(검찰)의 고유권한 침해 및 그 기능수행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 조사범위를 적정하게 제한하지 않을 경우 인권위원회가 모든 국가기관의 감독기관화 되는 문제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업무 폭주 우려로 의견 합치 못봐
그러나 지난 14일 열린 39차 전원위원회에서는 소수 위원들만 각하 또는 이송 의견에 찬성을 표했다. 반면, 다수의 위원들은 신 위원의 주장대로 불기소처분이 국가의 행정처분과 같은 것이고, 법 규정에 명시적인 금지가 없는 한 원론적으로는 수용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이를 받아들일 경우 그러잖아도 업무가 폭주하는 인권위 현실상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전원위원회에서의 의견 합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전문가들, ""인권위가 검찰 통제해야""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가인권위가 검찰 불기소 사건을 다룰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상훈 교수(국민대 법대)는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인 불공정 불기소 처분을 인권위가 묵살하는 것은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의 침해에 해당하고, 일종의 차별행위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통제할 현실적인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인권위가 조사를 통해 기소 권고를 하는 것은 검찰에 대한 중요한 통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또 ""검찰의 내사 종결이나 공람 종결도 현행법상 통제가 안되는,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칠준 변호사도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견제장치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에서 인권위가 조사하고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대)는 다른 법률가들과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인권위가 개별 사건들에 대해서는 각하를 하고, 각하된 사건들을 모아 법무부에 정책권고를 하여 검찰 통제 제도를 마련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나름의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다. 한 교수는 ""재정신청 대상을 유신시대 이전처럼 전면적으로 확대하고, 일본의 검찰심사위원회와 같은 제도를 만드는 등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다른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가 억울함 풀어줘야
주요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국가인권위 쇄신을 위한 열린회의'도 이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 억울함을 호소하는 진정인의 입장에서 인권위가 이러한 진정을 각하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서를 작성해 다음 전원위원회가 다시 열리기 전에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기소권을 통제할 마땅한 수단이 별반 없는 현실에서 인권위가 간접적으로라도 검찰 기소권에 제동을 걸고 나서야 한다는 요구에 인권위가 어떻게 부응할 것인지 오는 27일 열리는 제40차 전원위원회의 결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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