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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생략)
2. 원진레이온 직업병 문제의 발생경과와 현황
원진레이온에서 문제가 되는 직업병은 널리 알려진 이황화탄소(CS2) 중독증이다. 그밖에도 계란 썩는 냄새가 나고 눈에 자극이 심한 이황화수소(H2S)와 황산 등 강산에 의한 건강장애와 소음에 의한 난청, 손목에 무리한 힘을 계속 주어서 발생하는 수근터널 증후근으로 몇사람 치료받은 경우가 있고, 또 최근 퇴직노동자들이 초기에 많이 사용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수은과 염소가스에 의한 건강장애 같은 것은 원진레이온의 직업병으로 문제가 되었거나 될 수 있는 것이지만 제대로 조사되지 못하고 이황화탄소 중독증에 묻혀 있는 형편이다.(중략)
최초로 환자가 보도된 것은 1981년이다. 7월 24일 방사과에서 근무하던 홍원표 씨가 작업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져 국립의료원에서 이황화탄소 중독증으로 진단을 받았다. 급성중독으로 진단되었을 것으로 보이며, 그에 따라 작업환경조사나 정밀검진이 뒤따르지 않아 아무런 조치가 없이 방기되었다.
만성적인 중독의 희생자가 알려지게 된 것은 그보다 6년이 지난 1987년이다. 당시 원진에서 14년에서 18년을 근무하였던 노동자 4명이 반신불수, 고혈압, 정신이상, 당뇨, 팔다리 마비나 통증 등의 증상으로 시달리다 청와대에 진정서를 내었고, 그 후 정밀검사를 통해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진단을 받았다.(중략) 그 후 자신들의 고통을 사회에 호소하여 1988년 7월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였고, 비슷한 증상으로 고통을 받고 계시던 분들이 함께 모여 회사쪽에 대책을 촉구하는 등 집단적이 대응이 시작되었다.(중략) [원진레이온 직업병 대책위원회]가 결성되어(1988년 8월 8일) 노동운동가와 보건의료인, 일반 사회인사가 참여하여 활동을 전개하고, 원진레이온에서 일하였던 노동자중 직업병을 호소하는 분들이 모여 [원진레이온 직업병피해자 가족협의회](약칭:원가협, 88년 8월 18일)를 결성하여 활동에 나섰다.
(중략)88년 9월 14일 회사와 피해 노동자인 원가협의 대표, 대책위원회의 대표, 국회의원들이 함께 합의서를 만들었다. 이 합의에 따라 원진레이온 직업병 판정위원회가 회사측 추천의사 3인과 피해자측 추천의사 3인으로 구성되어 47명의 직업병을 확정하여 장애등급에 따라 1급 1억원에서 14급 1천만원의 보상금을 주기로 한 규정에 따라 보상을 하였다.(중략)
3. 폐업에 따른 문제점과 대책
원진레이온을 폐업하게 됨에 따라 직업병 환자들은 전혀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되었다. 작업장에서 지속적인 폭로가 없어짐에 따라 앞으로 새롭게 직업병에 걸릴 노동자는 없게 되겠지만 이미 이황화탄소에 상당기간 폭로되어 왔기 때문에 이황화탄소 중독증 환자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황화탄소 중독증의 잠재적 가능성을 가진 노동자에 대한 정밀검사와 지속적인 관리대책 등 특수한 방안을 만들지 않는 한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고통받을 많은 노동자에게 엄청난 고통을 줄 것이 명확하다.
이렇게 특수한 방안이 필요한 이유는 일차적으로 이황화탄소 중독증의 특성 때문이며, 기본적으로는 현행 산업보건제도의 현실 때문이다. 이황화탄소 중독증의 특성은 지금까지 원진레이온에서 문제가 되어온 과정이 바로 웅변으로 보여준다. 증상이 일반질병에서 보지 못하는 특수한 것이 아니라 그 나타나는 양상이 특수할 뿐이어서 많은 노동자와 이들을 진료하는 의사가 직업병을 의심하지 않아 발생보고가 늦어졌었다. 또 진단이 가능했던 사람의 상당수가 퇴직 후 수년이 경과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어느 경우는 퇴직 후 23년이 지난 후였다) 퇴직할 때 한번 검사를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또 현재까지 정밀검진에서 무중독판정을 받은 노동자 중에서 다시 검진을 통해 이황화탄소 중독증 환자로 판정을 받은 사람이 7명이 있다. 인정기준의 변화 때문에 인정된 분도 있지만 검사결과가 이전과는 달리 나타나 인정된 분이 있기 때문에 무중독으로 진단을 받은 분들도 지속적인 검진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다른 말로 하면 이황화탄소에 의한 건강장애는 폭로가 중단된 이후에도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중략)
김봉환 씨 죽음을 계기로 벌어진 '제2차 원진직업병 투쟁'의 산물로 한 차례 역학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와 같은 역학조사와 연구가 지속되어야 이황화탄소 중독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며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원진레이온의 직업병 문제는 규명되지 못한 채 넘어가고 만다고 할 수 있다.(중략)
제대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허용기준 이하라는 측정보고가 계속 되어왔고 해마다 두차례씩 시행한 특수건강검진도 서울대 역학조사가 직업병환자를 보고하기 전에는 단 한 사람의 직업병환자를 보고한 적이 없었다. 이는 기업과의 유착이 가능한 전문인력과 기구가 노동자들의 참여와 관심을 배제하고 진행해 온 때문이라는 노동자들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하는 점이다. 따라서 이황화탄소 중독증을 제대로 검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방식과 기구가 필요하다.(중략)
이제 이러한 상황에서 원진레이온의 문을 닫음으로 정부와 회사는 이황화탄소 중독과 관련한 문제를 풀어가야 할 새로운 제도와 기구를 만들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새로운 제도와 기구는 이황화탄소 중독증의 특성에 맞추어 정기적인 검진을 실시하여야 할 것이며, 퇴직시에 꼭 필요한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관리 보존하여 그 후의 검진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이 제도의 대상자에는 폐업결정 전에 퇴직한 모든 노동자들이 해당되어야 한다. 또한 이 기구에는 공정성을 위하여 초기의 판정위원회와 같은 기구와 지속적인 연구와 조사를 담당할 기구를 두어야 한다.
현재 이미 직업병으로 진단을 받았으나 적절한 치료기관이 없어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많다. 이들을 위해서는 전문치료기관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생략)
<표1> 원진레이온 직업병 판정자 현황-1993년 7월 현재
*재직후 신청자
접수 391
중독 146
무중독 161
검진중 64
* 재직전 신청자
접수 241
중독 119
무중독 39
검진중 64
=>사망자 14명중 접수전 6명 / 접수후 검진전 6명 / 사망전 판정자 5명/ 사망후 판정자 1명
<표2> 연도별 직업병 발생 현황
연도 판정자
81년 1
87년 4
88년 25
89년 11
90년 29
91년 45
92년 63
93/7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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