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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왜 안해?"" 현재 31살인 내게 요 몇 년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질문 중 하나다. 또한 가장 듣기 싫은 질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 질문 뒤에는 여자 나이가 30이 넘었는데도 왜 아직까지 결혼도 안했냐는 '사회적 나이'에 따른 '사회적 역할'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10대에는 공부하고, 20대에는 연애하고 결혼해서 30대에는 자식도 키우면서 번듯하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40대 이후에는 여유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거늘 너는 왜 그렇게 살지 못하냐는 질타 아닌 질타가 담긴 질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이값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가족과 친구처럼 절친한 사람들에 의해서 강요될 때에는 사회적 나이에 대한 부정이 투철(?)한 나도 아무렇지 않게 넘기기가 쉽지 않다. 넌 참 유별나다는 비난을 매번 감수해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며, 쟤는 우리와 같지 않다는 생각으로 그들의 소통 대상에서 나를 제외시켜 버리는 것을 종종 보아 왔다.
이처럼 그 나이대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강요는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폭력일 수밖에 없다. 학교 시험은 뒷전이고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느라 바쁜 청소년을, 남자 친구도 없으면서 선 볼 생각도 않고 20대를 넘기는 여성을 '사회적 부적응자'로 만들어 버린다. 또한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고 귀농을 결심하는 40대를, 그리고 홀로서기 위해 황혼의 나이에 이혼을 결심하는 여성을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한다.
나 또한 사회적 나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기 위해서 우리 안에 자신도 모르게 또아리를 틀고 있을지도 모를, 사회적 나이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야 한다. 사회적 나이가 강요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지향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고 인정해 주는 것은 사회적 나이와 통념을 벗어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으므로. 나는 오늘도 꿈꾼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서도 가족을 꾸릴 수 있는 여성으로 살 수 있기를. 안정적이지 않지만 여전히 나의 불안한 미래를 고민하는 삼십대로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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