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김정인의 인권이야기> 따뜻한 겨울나기는 가능할까
내용
"요즘 하루 종일 머리 속은 툭탁툭탁 복잡하기만 하다. 가끔은 숨이 턱 막힌다. 긴장 때문이다. 56년 동안 한국사회를 야만의 동토로 얼어붙게 했던 국가보안법의 명줄이 끊어질  것인가. 아니면 포장만  달리한 채 구차하게 연명할 것인가. 그 운명의 시기가  점차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이 맘 때 참 추웠다. 날씨가 추운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 맘은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고 있었다. 송두율  선생이 귀국해서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어 감옥살이를 시작하고, 그리고 12월  초 첫 공판이 열렸다. 한번도 밟아본 적이 없는 법정에 들어서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대학시절 친구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옥살이를 하고  법정투쟁을 할 때, 그들과 함께 싸우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함께, 송 선생의 뒷모습도 너무 추워보였다.
 
내 맘 속의 추위는 외로움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송 선생에게 보여준 핍박과 냉대에 내 자신이  심한 충격을 받았다. 보수진영은 물론 진보진영까지 반공주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송 선생을 비난할 때, 난감했다. 그의 행적이 모두 명료하게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이 사회가 감히 송 선생을 '해방 이후 최대 간첩'으로 궁지에 몰고 감옥에 가둘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송두율대책위에서 활동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거나 노골적으로 말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래서 졸지에 대책위 활동은 용기가 필요한 '사건'이 되고 말았다. 첫 공판을 기다리면서, 송 선생처럼 나도 졸지에 세상으로부터 패대기를 당하고 있다는 느낌에  외롭고 추웠다. 그리고 '외로운 투쟁'에 동참하여  세상과 한번 싸워보자는 오기로 10여 년간 따뜻한 연구실에서 빛바랜 자료를 뒤적이던 안온한 삶을 접었다. 
 
그렇게 추운 겨울이 지나고 송 선생은  1심에서 7년형을 받았다. 나의 외로움과 추위는 계속되었다.  봄은 왔건만, 진정한  봄날이 그리웠다. 하지만, 마냥 기다린다고 봄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이 땅에 진정한  봄은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온다! 그리고, 봄을  되찾기 위해 나섰다.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에 몰두한 지 7개월. 오랜  시간 어둠 속에 은신했다가 태양빛 가득한 거리로  나선 낯선 이방인처럼,  서툰 열정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에 힘을 보태고자 했다. 
 
투쟁의 거리로 나선 이후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이  가고 다시 겨울이 왔다. 국가보안법의 명운이 걸린 12월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 폐지를 연내에 처리하겠다던 열린우리당이 흔들리고 있다. 이 겨울을 더욱 춥고 비통하게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가슴이 무너지려 한다. 암울한 과거를 청산하고 인권다운 인권이 보장되는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을 정녕 불가능한 것인가.  국가보안법 폐지!, 다시 투쟁의 고삐를 죄어 그 역사를 이루고 이 겨울은 정말 따뜻하게 보내고 싶다.  
 
◎김정인 님은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입니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11571
생산일자 2004-11-29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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