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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시민과 차량이 지나다니는 서울의 한복판 종묘공원 앞에 커다란 입간판 하나가 서 있다. 거기에 쓰인 문구는 ""신고하는 국민정신, 사라지는 좌익사상"".
서울경찰청 명의로 세워진 이 입간판의 메시지는 '좌익사상은 잘못된 것이니, 이를 신고해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경찰청 보안과측은 26일 ""경찰청 본청의 지시에 따라 각 관할 경찰서에 설치를 지시했다""고 밝혀 같은 내용의 입간판이 전국 곳곳에 세워져 있음을 시사했다. 입간판의 의미에 대해, 경찰청 보안과 계도간판 담당형사는 ""계도간판을 세워왔던 전통은 60년대 '무찌르자 공산당' 시절부터이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계속 순화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종로경찰서 담당 형사는 ""현재 남북대치 국면이 크게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화해의 분위기가 일방적으로 고조되는 것은 경계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신고해야할 '좌익사상'의 내용이 무엇이며, 왜 신고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경찰 스스로도 분명하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들은 '좌익사상'에 대해 ""수상한 사람을 포괄적으로 지칭한 것"", ""국가에 반대되는 사상"", ""어떤 것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은 아니다""는 등 서로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종묘공원을 지나던 시민들은 ""좌익사상이 뭐고, 무엇을 신고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냉전적 사고의 연장선상에 있는 계도간판. 그 기능은 '좌익사상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편견을 조장하면서, 국가의 권위에 대항하는 모든 비판세력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뿐이다. 사상의 자유, 비판과 견제의 정신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이 구시대의 유물은 지금 당장 철거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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