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국가안전기획부법 개폐에 관한 의견(요약)
내용
"안기부나 그 전신인 중앙 정보부, 그리고 이들 기관의 설치근거가 되는 안기부법, 중앙정보부법 자체가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총칼로 짓밟고 쿠테타로 정권을 장악한 역대 독재 정권들이 정통성 결여로 인한 정권붕괴의 위협을 방지하고 정치적 반대세력을 탄압할 목적으로 국가 재건최고회의, 국가보위입법회의 등 불법적 기관을 통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1.안기부법의 문제점

가. 광범위한 문제점

안기부법 제2조 제1항은 안기부의 직무범위를, 1.국외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 및 대정부 전복)의 수집 작성 및 배포 2.국가기밀에 속하는 문서 자재 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업무 3. 형법상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 군사기밀누설죄 암호부정사용죄, 국가기밀 보호법 및 반공법에 규정된 범죄의 수사 4. 안기부 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하 수사 5. 정보 빛 보안업무의 기획 조정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안기부의 직무범위는 크게 보아 정보 및 기밀보안업무와 수사권으로 대별할 수 있는데,

첫째, 정보 및 기밀보안 업무와 관련하여 안기부는 일체의 국외정보와 국내정보에 대한 수집 작성 배포권한을 가지고 있고(제1호:법문상 국내정보에 관하여는 보안정보 즉 대공 및 대정부 전복 정보로 그 권한이 제한되어 있는 듯이 보이나 위 '대공', '대정부 전복'등이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일체의 국내정보를 포함시킬 수 있는 개념이며, 그 동안 안기부는 이와 같은 점을 이용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일체의 국내정보를 수집 작성해 온 것이 사실이다.), 모든 '국가기밀'에 대한 보안업무를 관장하게 되어 있으며(제2호), 모든 국가기관의 정보 보안업무에 관한 총괄적 기획 조정권을 부여받게 되어 있다.(제5호).

이에 따라 안기부는 국내에의 모든 정보를 독점할 수 있게 되었고, 모든 국가기관 위에 군림하여 그 업무에 개입 간섭할 수 있는 합법적 통로를 마련하게 되었으며, 국내보안정보 수집을 빙자하여 국내의 정부비판세력에 대한 정치사찰, 정치공작이 가능하게 되었다.

둘째, 수사권과 관련하여 정치적으로 민감한 의미를 가지는 광범위한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게 됨으로써 역시 정권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반정부세력에 대한 탄압에 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아울러 조직 구성 활동내용이 일체 비밀로 되어 있어 민주적 통제가 불가능한 정보기관이 인신 구속을 수반하는 수사업무를 담당하게 됨으로써 자연히 불법체포, 감금, 고문 등 인권유린 행위가 발생하게 되었다.


나. 조직의 비대화

안기부법에 의하면 안기부의 조직은 안기부장이 정하고 필요한 지역에 지부를 둘 수 있으며(제3조), 직원의 정원은 예산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부장이 정하고(제4조 제2항), 안기부장은 현역군인 또는 필요한 공무원의 파견근무를 관계기관의 장에게 요구할 수 있도록(제7조)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안기부는 전국에 걸쳐 필요한 조직을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어 국내정체에 있어서 중앙뿐 아니라 지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실제로 안기부가 각 지방에서도 지방행정에 깊숙이 개입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또한 안기부장은 위 파견요청규정에 의하여 각 분야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진 공무원을 공급받을 수 있어 이들을 통하여 원 소속기관에 안기부의 영향력을 관철시킬 수 있게 되었으며, 이들에 대한 원 소속기관의 인사권 행사를 제한하고 신분상의 권익과 급여까지 보장할 의무를 지움으로써(제9조) 파견공무원의 안기부에 대한 충성심 확보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다. 조직과 활동의 비공개

안기부법은 안기부의 조직 소재지 정원 예산 및 결산은 이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제5조) 안기부에 대하여 주권자인 국민이 그 실체를 알 수 없도록 하였고, 이에 따라 안기부의 권한남용과 이로 인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감시 견제 구제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였다. 


라. 예산회계상의 지나친 특례인정

안기부법은 안기부를 예산회계법 제22조의 독립기관으로 취급하여 경제기획원이 예산안을 편성할 때 안기부의 세출예산요구액에 대한 감액을 제한하고 있고, 세출예산은 내역 없이 총액으로 하며, 안기부의 예산을 다른 기관의 예산에 계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제10조). 

위와 같은 조항에 의해 안기부의 예산은 국회에서조차 그 내역은 물론 총액조차 알 수 없게 되었고, 안기부의 예산사용에 대한 어떠한 감시 견제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마. 외부기관의 감시와 견제의 배제

안기부 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의 수사권은 안기부가 가지도록 규정되어 있다.(제2조 제1항 제4호). 따라서 안기부 직원이 수사과정에서 불법체포 감금 고문 등 인권유린행위를 하더라도 안기부가 스스로 수사하지 않는 이상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하기 어렵다.

또한 안기부장은 국회의 예산심사 및 국정조사와 감사원의 감사에 있어서 국가기밀에 속하는 사항에 한하여 자료의 제출, 증언 또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고, 국회의 질문에 응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1조). 그런데 국가기밀의 개념이 광범위하게 해석되고 있고, 국가기밀 해당 여부를 안기부장이 스스로 판단하는 상황이므로 국회와 감사원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다.


2. 결론

안기부법의 개폐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은 안기부의 기능을 순수한 정보기관, 그 중에서도 국내 정치개입에 남용될 소지가 없는 구외정보 수집분석기관으로 국한시켜 이를 현재의 안기부와 단절된 새로운 정보기관에 맡기고, 국내정보(대북 정보 포함) 수집분석기능과 기밀보안기능, 수사권은 이를 구분하여 별도의 기관에 맡기는 일이다.

이와 같은 국외정보 수집 분석기관으로 국한된다면 국익과 관련된 보안의 필요상 공개행정의 원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예외를 허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국회에 대한 자료제출, 증언, 답변 등은 어떠한 경우에도 거부할 수 없게 하여 최소한 국회에 의한 통제의 길을 열어놓는 것이 필수적이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11682
생산일자 1993-11-24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유형 일반문서
형태 웹페이지
분류1 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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