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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절실한 외침에 최초로 귀기울인 사람들이 있었다. '여자와 북어는 3일에 한번씩 두드려야 한다'는 웃지 못할 농담이 오고가고, '맞을 짓을 했겠지' 하는 동정반 타박반의 눈초리 속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가정내의 문제, 사생활로 치부하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기 시작한 이들의 발걸음은 1983년 6월 11일 [여성의 전화](대표 이문우, 전화:269-2962/4)를 개원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아주대의 이화수 교수님이 외국의 shelter house(쉼터) 등을 연구하고, 주부아카데미 출신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하여 개원 전에 사전준비를 하는 동안 '가정문제에 개입할 단체까지 필요하냐'는 등의 벽에 부딪쳤지만 당시 행한 설문조사에서 매맞아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45%에 이를 정도로 가정 내 폭력은 심각한 문제였다. 이에 아내구타와 성폭력 문제에 대한 첫 대응으로서 [여성의 전화]가 나선 것이다. 아내구타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 비인간적인 삶을 강요하는 모든 제도와 관습, 관념이나 사고방식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아동학대와 크고 작은 성폭력 문제에 직결되므로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로 여기는 이들은 자신들이 하루빨리 문닫아야 할 단체(?)라고 얘기한다.
""네? 이렇게 중요한 일들이 많은데요?""
""아내구타라는 문제가 아예 없어져야지요, 그래서 우리가 필요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여성의 전화]가 지금껏 해온 일들을 살펴보면 그 뜻이 더욱 분명해진다.
84년 시위에서 연행된 여대생 청량리경찰서 성추행사건, 85년 미혼여성의 25세 정년인정판결, 86년 부천서 성고문사건, 87년 대한투자신탁 결혼퇴직 강요사건, 89년 파리바은행 노조여성간부 폭행 및 부당징계사건, 일본의 정신대 관련 망언, 민자당의 탁아법 날치기 통과, 91년 김부남씨 사건, 92년 김보은 김진관 사건 등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몇가지 일들만 살펴보아도 구타와 성폭력, 사회의 잘못된 관행으로 깨어진 여성의 삶의 파편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여성의 전화]는 이러한 주요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앞서서 조직을 꾸리고 대응해왔고, 성폭력특별법 제정이나 가족법 개정운동 등 근본적인 장치마련을 위해 힘써왔다. 그리고 일상적으로는 매맞는 아내를 위한 전화상담과 면접상담, 쉼터(구타당하는 여성들을 위한 피신처, 우리나라 최초의 성폭력 피해자 집단상담)의 운영을 해왔다. 상담을 위해서 1년에 2번 여성학교를 통해 자원상담자를 교육·배출하고 끊임없는 재교육과 사례연구, 세미나 등이 오랜 경험을 가진 상담원들의 자기계발노력과 더불어 이루어진다. 상담에 필요한 인력만도 1달에 5-60명에 달하고 대표, 부대표 3인, 각계 전문위원, 실무자 8인이 손발이 되어 고통받는 여성들과 [여성의 전화]는 항상 hot line이다.
아버지에 의한 구타와 성폭력 등 상상 못할 끔찍한 일을 대할 때마다 숨이 막히는 듯한 고통과 마음고생, 쉼터로 피신한 아내를 내놓으라는 협박과 미행에 '경호원이 있어야겠다'는 한숨 어린 농담, 인신매매범으로 몰리는 어처구니없는 경우 등 순간 순간 나타나는 장애물들이 많기만 하지만 가장 큰 장애물은 사회적 의식과 행위를 가정문제와 쫙 갈라놓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중성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아내구타가 성폭력이라는 인식의 부재와 가정문제로만 분리하려는 사고 때문에 실제로 성폭력특별법도 강간중심으로 되어 있으며 아내구타의 문제가 빠지고, 아동폭력, 학대 등 가정폭력문제가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중대한 폭력의 위협에 처하여 경찰의 협조를 받으려고 해도 ""웬만하면 참으십시오, 집으로 돌려보내시지요"" 하는 식의 반응으로 연계가 힘들며 사건화 되기가 어렵다. 성폭력을 '폭력'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성관계로 생각하는 통념, 가부장제 문화권에서 형성된 순결이데올로기 때문에 피해자이면서도 죄의식을 느끼고 자신의 잘못으로 돌려 사건 자체를 감추고만 싶어하는 현실을 허물고 피해사실을 두려움 없이 말하고 그 해결을 위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여성의 희생과 폭력에 둔감해진 사회에 각성을 촉구하며 [여성의 전화]가 가지고 있는 소망은 다음과 같다.
아내구타, 성폭력이라는 주제에 관한 한 한우물(?)을 파고 오랜 시간의 애정과 노력을 기울여온 만큼 축적해온 경험과 자료가 엄청나다. 이를 제대로 정리하고 다듬어서 사회에 체계적으로 내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여성상담학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의 연구물을 내고 발간사업을 하고자 한다. 얼마 전에 {그는 때리지 않았다고 한다}라는 수기집이 발간된 바 있는데 이는 그간 고민하고 이루어온 것들에 비하면 아주 일부분일 뿐이다. 이를 위한 인력과 재정의 확보가 절실하다. 상담과 보호와 교육사업으로도 때론 벅차고 가득 안고 있는 것들을 풀어놓는 것은 엄청난 작업이기 때문이다.
현안으로 떠오른 성희롱대책위 사업을 힘차게 하면서 [여성의 전화]를 통해 오고간 많은 이야기들을 알찬 줄거리로 풀어낼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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