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광주교도소, 의료공황 대란
내용
"광주교도소가 최악의 의료공황사태를 맞고 있다. 소내 의무관들의 사임으로 수개월째 광주교도소에 수감중인 2천9백여 명에 대한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한 것이다.

법무부는 2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월 광주교도소 담당 의무관(의사) 2명이 사표를 제출한 후 새 의무관이 선임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광주교도소측도 “지난 4개월간 재소자들의 치료는 타 교정기관에 근무하는 의무관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등 의사들의 자원봉사에 전적으로 의지해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광주교도소 보안과장은 “이미 도움을 받을 곳은 다 받았으며 현재 진료는 전직 의무관들의 도움으로 일주일에 세 번 2시간 정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에게 자기 환자처럼 치료해 주길 기대하는 것 역시 무리이며, 현재의 치료로는 환자의 수를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교도소 의무관 턱없이 모자라

국가기관이 4개월간 의사 한두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교정시설의 의료현실을 조금만 들춰보면 이해못할 일도 아니다.

2000년 8월 31일 현재 전국 44개 교정시설에 수감중인 재소자는 6만8천명. 그러나 의무관 수는 불과 58명이다. 의사 1인당 담당해야 할 재소자 수는 1천2백여 명에 달하고, 1일 평균 진료자 수는 2백54명이 넘는다. 특히 마산교도소와 영등포교도소의 의무관들은 각각 2천2백17명과 2천94명의 재소자를 담당해야하니 그야말로 눈코 뜰 새가 없다. 다른 인력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44개 교정시설의 간호사와 약사, 의료기사를 통 털어 봐도 1백명을 넘지 않는다. 시설이나 장비 역시 7-80년대 수준이고, 거기다 교도소에 대한 사회적 인식까지 좋지 않다보니 웬만한 사명감이나 특별한 동기 부여없이는 의사들이 오질 않는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광주교도소 의무관들 역시 “너무나 열악한 의료환경과 턱없이 낮은 보수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퇴직 사유였다. 광주교도소에서는 의무관을 구한다는 광고를 내보내 봤지만, 의사들은 찾아오지 않고 있다.

게다가 공무원들의 무사안일한 사고 역시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법무부측은 대책마련 보다는 “예산이 적어서 발생한 상황이다”, “일차적 책임은 소측에 있다”는 등 책임전가에만 급급하다. 광주교도소측 역시 “의사가 싫다는 것을 어떻게 하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의 무대책에 재소자들만 죽어나

이러한 와중에 심각한 건 재소자들뿐이다. 지난해 만성 남막염 판정을 받고 약물치료 중인 문 모씨. 문 씨는 전에 있던 교도소에서 처방받은 약을 넉달째 복용중이지만 통증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평상시라면 새로운 처방을 요구했겠지만, 현재 교도소 사정을 봤을 때 응급환자도 아닌 그에게 진료기회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임동규 의사는 “일정기간의 약물치료가 효능이 없다면 조속한 정밀진단이 필요하다”며 “남막염이 악화되면 몸에 균이 퍼져 폐혈증으로 발전,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지난 1월 만성위염 및 장염 진단을 받은 김 모씨도 ‘혹시 암이 아닐까’하는 두려움 속에 대책없이 병만 키우고 있다. 때문에 벌써 몇 달 전부터 외부진료를 신청해 놓은 상태지만, 외부진료를 신청한 재소자만 150명이 넘는다. 순서대로라면 석 달은 기다려야할 형편.


교도소 의료공황 전국으로 확산우려

일부에선 불의의 사고를 막기 위해 임시방편으로나마 공중보건의(아래 공보의)를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공의료체계가 부실한 우리사회에서 공보의만이 유일하게 동원가능한 의사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보의는 도청소재지 및 상주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 지역의 교도소에는 파견이 금지돼 있다. 본래 공보의 제도가 의료가 취약한 곳, 즉 농어촌 지역에 보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번 일로 교도소에 공보의를 파견하게 된다면 교도소와 법무부가 의사를 구하려는 노력을 회피해 모든 교도소에 공보의 파견이 기정사실화 될 수 있어 불가능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광주교도소의 의료공황사태는 어느 교도소에서라도 드러날 수 있는 문제다. 따라서 이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참으로 우려스럽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1181
생산일자 2001-06-20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유해정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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