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이번 삼풍백화점 참사를 지켜본 사람들은 이러저러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첫째, 다른 사고와 같이 이번 참사 또한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건물의 붕괴조짐이 확실히 드러난 속에서 열린 백화점 대책회의는 여전히 매출이익에 신경을 썼다. 결국 보석이나 귀중품을 대피시키고 간부들은 백화점을 빠져나갔다. 그 직후 붕괴참사가 일어났다.
두번째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지적되는 체계적이고 신속한 재난구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초적인 장비도, 전문적인 인력도, 이들을 통제하는 체계도 없이 오로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존해 구조작업을 펼쳤다.
세번째 고질적인 부실시공의 문제다. 인간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백화점 건물마저 이렇게 부실시공하는 판에 다른 사람들이 살 건물은 어떻게 지었겠는가.
네번째 감독관청의 안전진단의 신뢰성에 대해서이다. 바로 5월의 안전진단에서도 이상없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하니 이번 사고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각기 자신들이 생각하는 대책을 내놓는다. 정부도 아마 '단호하게' 관련자를 '엄벌'에 처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호들갑을 떨 것이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것을 잊고 있을 때 붕괴참사는 언제라도 다시 나지 않을까.
모든 것에 우선하는 인간중심의 사고가 바로 우리에게 절대 필요한 것이다.
곽노현(방송대, 법학)교수는 ""이번 사건은 군부독재와 결합된 개발독재의 붕괴소리다. 3-6공에서 있었던 공사 부실화가 종합적으로 붕괴한 것으로 본다. 그 첫째가 와우아파트 붕괴사고고, 두번째가 지난해 일어난 청주 우암복합상가의 붕괴사고였다. 이번 사고도 이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경쟁원리를 넘어선 준법, 기업의 사회적 책임강화, 경제범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인간을 중심에 놓는 개발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인간중심의 개발'을 천명한 지난 3월 코펜하겐에서 열린 '사회개발정상회의'(WSSD)의 정신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의식전환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어떻게 사고에 대비해 귀중품은 옮길 것을 생각하면서도 사람을 대피시키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가. 언제까지 무리하게 공기단축을 해서라도 겉모양 화려한 건축물을 세우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언제까지 불법과 편법이 용인되고 되어야 하는가.
한마디로 이런 인명경시풍조는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 모든 인간생활 영역에 '인간중심'이라는 관점을 명확히 하지 않고는 제2, 제3의 삼풍붕괴가 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보다 빨리'라는 경쟁의 원리만을 앞세운 채 사람이 존중되지 않는 개발은 결국 사람을 죽이고야 만다는 것을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똑똑히 깨달아야 한다. 이것이 이번 참사를 겪은 우리 사회의 교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