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포괄적 비공개 규정, 공개원칙 무색
내용
"국가인권위원회가 회의의 비공개 범위를 포괄적으로 설정하는 운영규칙을 최근 통과시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규정된 회의 공개의 원칙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이는 논의안건에 대해 모두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던 지난 달 28일의 12차 전원위원회 때부터 우려됐던 것이다.<본지 3월 5일자 참조>

지난 14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제13차 전원위원회에서 회의의 공개 및 방청 등에 관한 운영규칙안을 통과시켰다. 이 규칙에 따르면, 이미 법에서 비공개 대상으로 하고 있는 진정건의 조사 조정 및 심의에 관한 사항말고도 의결로 회의를 비공개할 수 있는 경우가 5개 호에 달한다. 1. 국가기밀 관련 사항 2. 개인의 명예 또는 사생활 관련 사항 3. 법령에 의해 비밀로 분류되거나 공개가 제한된 사항 4.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5. 위원회의 단순한 행정적 회의에 관한 사항.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4호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위원회의 공정한 의사결정 또는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항""을 비공개할 수 있다는 조항.

이날 회의에 배석한 사무처 의사팀 관계자는 ""위원들이 의사결정 과정과 내부검토의 단계에서 자유로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에서 4호가 포함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이미 2000년 헌법재판소의 한 재판관이 ""회의를 공개한다고 해 허심탄회하고 충분한 토론 심의를 하는데 특별한 지장이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듯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면서 회의 방청을 제한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또한 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아래 정보공개법) 제7조5항을 근거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 조항을 비롯한 정보공개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많은 공공기관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있다거나 내부검토과정에 있다""는 이유 등을 들며 자의적으로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

하지만 회의 중에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위원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곽노현 위원이 ""4호는 대부분의 논의 내용을 비공개하고 의견이 모아진 시점에서만 공개하겠다는 것으로 비친다""며 ""의사 공개보단 비공개가 원칙이 되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고 우려했다. 신동운 위원은 ""4호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5호에서 단순한 행정적 업무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5호는 '단순한 행정적 회의에 관한 사항'으로 수정됐지만, 4호에 대해서는 유현 위원 등이 거듭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지를 의결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고 주장해 그대로 통과됐다.

하지만 안건이 의결되자마자 4호의 악용 가능성은 그대로 현실로 드러났다. 김창국 위원장은 논의 안건에 앞서 위원들의 의결 없이 ""논의안건 3개는 비공개니까 방청인들은 퇴장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미 김 위원장은 논의안건 3개는 비공개라고 일방적으로 공지한 터였다.

곽 위원이 ""안건들 중 사무처 직원 누구를 어떤 회의까지 참여시킬 것인가에 관한 안건은 굳이 비공개할 필요가 없다""며 공개하자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뒤늦게 김 위원장이 해당 안건의 공개 여부에 대한 의결을 거쳤으나, 단지 거수로 가부를 묻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다. 공개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이 안건이 공개될 경우 왜 위원회의 공정한 의사결정 또는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지 입증하지 않았다. 결국 2명 기권, 1명 찬성, 나머지 위원들의 반대로 이후 안건에 관한 회의는 모두 공개로 진행됐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1203
생산일자 2002-03-15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이주영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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