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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통신사태를 계기로 하여 정부는 '준법' 투쟁이 '불법'투쟁이므로 엄중 처벌한다고 발표했다. 정시출퇴근, 리본 달기, 연장근로의 거부, 집단휴가 등의 '준법'도 충분한 교섭과 노동쟁의조정법상의 쟁의발생신고, 냉각기간 등의 여러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경우 형법상 업무방해에 해당되어 '불법'으로 처벌한다고 한다.
예컨대 정시출퇴근은 근로기준법의 당연한 원칙이다. 그런데 근로자가 그 법을 실제로 지키려면 사용자와 충분하게 교섭하고 복잡한 조정절차를 거쳐야 한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도대체 '준법'이 왜 '불법'인가?
법을 잘 모르는 보통 사람들은 도대체 '준법'이 왜 '불법'이 되는지 의아해 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근로자가 법을 지키려고 하면 바로 '불법'이 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정부가 법이라고 하는 것만이 법인가? 정부가 지키는 것만이 법이고 근로자가 지키는 것은 법이 아닌가? 근로기준법은 법이 아닌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최저근로기준을 정한 법은 이제 법이 아닌가? 이것이 문민정부의 법인가?
법령이나 규칙을 준수하여 행해지는 준법투쟁은 쟁의행위의 자유가 인정되는 나라에서는 거의 행해지지 않고, 일부 몇 나라에서 쟁의행위가 과도하게 제한 또는 금지되는 공무원 등의 경우에만 불가피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그 어떤 나라에서도 준법투쟁은 법으로 금지되는 쟁의행위의 하나로 취급되지는 않고 그야말로 '준법'으로 인정되어 법적 책임을 묻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극히 예외적으로 쟁의행위를 볼 수 있는 일제휴가투쟁 등의 경우에도 그 정당성은 부정되지 않는다. 쟁의행위는 보호되는 것이지 탄압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민주국가의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쟁의행위가 공무원의 경우는 물론 금지되고 일반 사기업 근로자에게도 과도하게 금지되거나 제한되므로 준법투쟁은 다른 나라에 비하여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으나, 문제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정부가 그것도 '불법'쟁의행위로 금지하고자 한다는 점에 있다. 곧 한국에서는 준법도 불법이 된다. 도대체 쟁의행위는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탄압되는 것이다. 이러고서야 어찌 민주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
한국통신노조가 사용한 준법투쟁은 정시 출퇴근이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정시 출퇴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것으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에 해당하므로 업무방해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업무저해를 요소로 하는 쟁의행위가 될 수 없다. 연장근로의 거부도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이므로 역시 쟁의행위가 될 수 없다.
박 홍 규(영남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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