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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단체와 개인 등 110명이 참가한 인권활동가 연합 단식농성단이 새로운 싸움을 위해 애초 일정대로 9일 단식을 중단한다.
8일 저녁 7시 50분 명동성당 들머리 단식농성장에서 진행된 '국가보안법 폐지, 국가인권위원회 설치, 부패방지법 제정을 위한 문화한마당'에서 이와 같은 뜻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단식농성단은 9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 참석해 13일간의 단식농성을 마치는 입장을 발표한다. 또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 올바른 국가인권기구실현을 위한 민간단체 공대위, 부패방지입법시민연대는 9일 회견에서 3대 개혁입법을 위한 공동투쟁을 선포한다.
싸움의 첫발을 딛은 '문화한마당'
8일 일반시민, 학생, 사회단체 회원 등 33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한국민족음악인협회 소속 민중가수들이 지난 6일에 이어 다시 참가한 '문화한마당'은 '다시 싸움의 첫발을 내딛는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
단식농성단의 일원인 유해정 씨는 ""처절한 단식농성이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해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 2월을 넘겨서는 안 될 문제들이 사그라들어 또 누군가가 꺼져가는 투쟁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힘겹게 타오를까봐 이 농성을 계속 부여잡고 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우리 자신의 힘으로 불꽃을 일으켜 몸을 태우자""고 호소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 박세길 사무총장은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표는 3월까지밖에 없다""며 ""기필코 국가보안법을 없애자""고 호소했다.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실현을 위한 공대위 곽노현 상임집행위원장은 ""99년 단식농성이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성을 획득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농성은 그 실효성을 획득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맑은사회 만들기 권진권 운동본부장은 ""민주당, 한나라당에서 제출한 법안은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거리가 있는 것""이라며 부패방지법을 올바로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치인들, 정신차려야
이날 저녁 7시 경 한나라당 인권위 소속 6-7명이 농성장을 찾아왔으나 ""당론을 통일해서 오라""는 농성단의 소금세례를 받고 돌아갔다. 또 민주당 김중권 대표와의 만나도록 해주겠다던 민주당 인권위원장은 이날 오전 지방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국 인권단체 대표자들은 민주당 김중권 대표를 만나지 못했다.
종교인들, 개혁입법 실천 촉구
이에 앞서 8일 오후 2시 단식농성장에서 종교인들도 '3대 개혁입법 제정 및 폐지 시민·종교인 기원대회'를 열었다. 기독교 26명, 불교 32명, 원불교 24명, 천주교 신부 및 수녀 60명 등 142명이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인권활동가들이 이 겨울에 이토록 처절한 극한 단식투쟁을 전개하는 것을 고통스럽게 바라보며 부끄러움과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며 ""국민들이 진저리치는 정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3대 개혁입법을 실현하라""고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한편 지난 3일 단식농성 지지성명을 발표한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은 8일 대부분이 언론이 단식농성단을 외면하는 것을 비판한 성명을 다시 발표했다. 민언련은 ""국가보안법에 대해 당론조차 정하지 못한 여당과 이를 외면하는 야당""과 ""인권위원회법, 부패방지법 등 개혁법안에 소극적인 정치권에 눈을 돌려 그 행태를 비판하라""고 촉구했다.30개 단체 110명이 참가한 인권활동가 연합 단식농성단은 7일 쏟아진 폭설을 딛고 노상 단식농성을 계속하는 등 결연한 자세를 보여줘 이를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연말연시 유례없이 혹독한 추위에도, 탈진한 사람들이 속출해도 '몸뚱이를 내던진' 노상연좌 모습은 농성단을 지지하기 위해 단 하루라도 참가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생기기도 했다.
시민사회운동 세력 움직여
단식농성단이 정치권까지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시민사회단체를 움직여 부패방지법 등을 포함한 3대 개혁입법운동에 나서도록 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다. 41개 국내외 단체에서 공동으로 혹은 두 차례에 걸쳐 25회의 지지성명을 발표했다.또 시민사회종교 단체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이 자신들이 항의를 전달한 전화, 팩스, 홈페이지 주소 등을 묻거나 어떻게 참가할 수 있느냐는 전화나 이메일이 꾸준히 오기도 했다. 이처럼 단식농성을 지지하는 열기에도 불구하고 정치일정상 실제로 3대 개혁입법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시간은 3월까지로 보인다. 정치권을 최대한 압박하기 위해서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투쟁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김대중 정부에게 '일정한 기대'를 거는 것이 물거품으로 드러난 이상 이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총공세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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