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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공 군사통치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10월 24일 방영 예정이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강기훈 씨 유서대필사건, 누가 유서를 썼는가’의 방영이 취소되었다. 이것은 우리가 확보한 여러 정황증거에 의하여 대법원에서 직접 sbs측에 압력을 가했음이 분명하다.
강기훈 씨의 진실을 믿는 우리는 ‘유서대필’사건을 ‘진실과 불의’ ‘양심과 거짓’의 싸움으로 규정하고 강기훈의 무죄석방을 위해 활동해왔다. 그러나 권력측은 당초부터 강기훈 사건을 ‘재야’와 ‘공권력’의 싸움으로 몰고 갔으며, 검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그리고 법원마저도 야합하는 완벽한 유착으로서 강기훈을 범죄자로 몰아 역사의 뒤안길로 묻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강기훈 씨 사건에 대한 의혹은 각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으며, 이번 sbs의 프로그램 제작은 이 사건의 진실을 간절히 알고 싶어하는 국민적 여망의 결과에 다름이 아니었다.
이번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은 애초에 9월 26일 계획되었다가 검찰의 강력한 요청으로 10월 24일로 연기된 바 있었다.
그리고 10월 24일 방영에 앞서 대법원 공보관이 다시 직접 sbs를 찾아가 제작 담당자를 만나는 등 구체적 압력을 행사하였음이 밝혀졌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사법부의 오욕의 역사에 또 하나의 오욕을 포개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규정하고자 한다.
판결에 자신이 있다면 뒷구멍으로 압력을 행사하지 말고, 떳떳하게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라. 법원 개혁을 주장하면서 ‘이제 판사도 판결로서만 말하지 않겠다’고 밝힌 법원의 의지가 고작 뒷구멍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인가.
김영삼 정부 출범 후 과거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사법부와 검찰의 개혁을 시도하였지만, 문민적 정부의 한계를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정치적 판결’의 주역들이 곳곳에서 그대로 건재하고 있고, 강기훈 씨 담당판사와 검사가 지금도 권부의 핵심에서 김영삼 정부를 떠받들고 있다. 이들을 그대로 둔 채 개혁이 진행된다면 문민적 정부의 한계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방영 보류사태는 누가 진실을 애써 감추려 하는지, 누가 진실을 두려워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하여 대법원과 sbs 당국은 경위를 모든 국민 앞에 해명하여야 한다.
우리는 언론민주화를 위한 노력,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가 이렇듯 처참하게 짓밟히는 ‘문민’시대의 현실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1993년 10월 25일
‘유서사건’ 강기훈 씨 무죄석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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