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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공화국 하에서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지낸 김기춘 씨의 변호사 개업신고가 수리되었다는 최근의 신문보도를 접하면서 우리는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국가가 정하는 자격 시험을 통과하고 또한 법률이 요구하는 수련과정을 거침으로써 형식적인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이 누구나 변호사로 등록하고 개업할 수 있음은 이 나라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바이다. 그것은 누가 거부하고 시비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더구나 한 개인, 그것도 이 나라 법무행정의 고위 직책을 오랫동안 역임한 사람의 변호사 개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차라리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무릅쓰고 우리는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이 나라 자유의 억압과 헌정의 붕괴를 가져온 ‘유신헌법’의 초안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얼리 알려져 있다. 또한 죄 없는 국민의 공포와 원한을 샀던 ‘중앙정보부’의 수사국장으로 상당기간 근무하기도 했다. 대규모의 인권유린을 낳았던 제 6공화국의 이른바 ‘공안통치’의 주역으로서의 검찰총장이었던 것도 우리 모두가 자 알고 있다. 그가 ‘중앙정보부’의 수사국장, 서울지검 공안부장. 검찰총장으로서 “자유가 없는 질서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질서 없는 자유는 가질 수 없다.” 또는 “전체 국민의 생존권보다 더 큰 인권은 없다”는 등의 전체주의적인 언사를 마구 고창하고 다닌 사실도 기록으로 남아 있다.
다시 지난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이 나라의 고위 공직자를 지낸 인물로서 노골적인 지역감정을 드러나고 다른 현직 공직자들을 모아 야비한 선거운동을 부추긴 이른바 ‘초원복집’사건은 선거법 위반의 죄책까지 지게되었다. 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된 그가 법조출입 기자들에게 고급양주 등을 돌리면서 또 한 차례의 파문을 일으킴으로써 우리가법조인 됨을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
우리가 그의 개인의 변호사 개업을 보면서 그대로 넘어갈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모든 그의 행적이 한 법률가, 법조인으로서의 자격과 자질을 판단하는 직접적이고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한마디로 말하여 그의 일생은 이 나라 법치주의의 말살과 인권의 억압에 시종하여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삼척동자가 판단하여도 분명히 ‘사회정의의 실현과 인권의 존중’(변호사법 제1조)을 으뜸가는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의 자격에 어긋난다.
그러나 우리는 현행 변호사법과 관련법령이 변호사 자격을 실질적으로 심사하는데 법의 불비가 있음을 한탄하고자 한다. 심사결과 등록을 거부하거나 신고의 접수를 거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재의 법의 미비 때문에 그의 변호사 개업을 저지랑 수없었던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입장을 우리는 이해한다. 그러나 장래에 있을지도 동일한 경우를 대비하여 이번 기회에 거의 모든 외국이 그러한 것처럼 사회공익적 존재로서의 변호사 자격을 실질적으로 심사하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의, 촉구한다.
오늘 한 법조 가족의 변호사 개업을 문제삼는 가슴 쓰라린 경험이 이 나라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확고한 정착, 거기에 기여하는 변호사 역할의 확립이라는 유익한 기회로 이어질 것을 바라면서 우리의 견해를 밝혀두는 바이다.
93. 10. 27
서명변호사 일동
강대성 강명준 강재현 고영소 고인배 권원용 김경천
김기영 김명한 김미화 김봉겸 김봉석 김선수 김시영
김원근 김웅조 김인만 김종길 김춘식 김충진 김향동
노영록 노현준 도건철 도두형 류선호 문한성 박성귀
박성호 박수근 박용근 박원순 박인구 박인제 박종술
박재승 박찬운 배금자 배진수 백승헌 서영섭 선병주
소삼영 송동호 송유영 송홍식 신만중 신현호 안봉진
안상수 안상운 양태훈 우수영 유선영 유 욱 윤기원
윤정식 이경우 이경현 이기옥 이대복 이덕우 이백수
이상중 이상천 이석범 이석태 이승희 이우승 이원영
이원재 이일우 이정일 이정한 이종걸 이해수 이호조
이호일 이홍식 이후동 임흥종 장경찬 장주영 전용희
전원책 전해철 정인봉 조재연 진효근 차지훈 최명규
최은순 최재천 최창회 표재진 하영석 한수복 한이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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