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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묘 공원에서 집회를 금지하도록 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악법으로 개정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집시법이 한층 개악될 전망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5월 29일, 개정안을 제출한 한나라당 박진 의원(서울 종로) 등 국회의원 42명은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종묘 앞 광장에서의 잦은 집회와 시위로 인해 문화적 가치 하락이 우려되며 종묘를 찾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집시법 제11조는 ①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②대통령관저, 국회의장공관, 대법원장공관, 헌법재판소장공관, ③국무총리공관,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사절의 숙소(③의 경우 행진의 경우에는 예외)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네 번째 금지장소로 '종묘'를 추가함으로써 집회 금지 장소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에 대해 울산대 법학과 이계수 교수는 ""집회와 시위는 매스컴 등 각종 표현매체에 접근할 기회가 제한·박탈되어 있는 사람들의 언론""이며 ""집회 시위 개최자들이 효과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장소와 시간과 방법을 찾는데 자율권을 주는 것이 우리 헌법""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여론에 효과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장소에서의 집회를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고자 하는 소수자들의 권리는 상당히 무력화될 수 있다""고 법안 통과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집시법 제11조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침해해온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지적되어 왔다. 대사관 주변 100미터 이내 집회가 금지되는 점을 악용하여, 서울 도심의 건물주들은 대사관 입주 경쟁을 벌이면서 일체의 집회와 시위를 원천 봉쇄해 왔다. 국회에 항의하거나 영향을 미치려는 시위대가 의사당 100미터 선을 넘으면 경찰은 이 조항을 탄압의 구실로 이용했다. 무엇보다도 여기서 지적된 기관들은 대부분 도심에 위치해 있어 집회 시위자가 자신의 견해를 전달하기에 가장 좋은 곳에서 집회 시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해온 셈이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포함하는 표현의 자유가 공공의 질서유지와 상충될 때는 법률에 따라 합리적이고 최소한도의 제한을 받도록 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우선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우리 헌법의 정신이다. 집회와 시위가 무조건 금지되는 장소를 확대하는 것은 이러한 헌법정신을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통과되어서도 안되며, 현행 집시법 11조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다른 조항들과 함께 마땅히 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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