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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권의 옹호를 위한 국제네트워크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태국 치앙마이에서 창립 총회를 열고 출범했다. 이 네트워크의 공식 명칭은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위한 국제네트워크(ESCR-Net, 아래 네트워크)'.
이번 창립총회에는 전세계 2백명이 넘는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네트워크의 목표, 운영 원칙을 비롯해, △사회권과 민중운동 △(자본의) 세계화에 맞선 사회권 운동의 경험과 전략을 주제로 전체 토론이 진행됐고, 매 오후마다 사회권의 주요 쟁점들에 대한 작은 워크숍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모든 사람은 의식주, 노동, 주거, 건강, 교육 등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권리를 지닌다. 이러한 권리들은 1948년 유엔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에도 규정돼 있지만, 도달하면 좋을 꿈 정도로만 여겨질 뿐 반드시 실현돼야 할 구체적 권리로서 대접받지 못 했다.
홈리스, 실업자,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가는 사람, 제때 끼니를 먹지 못하는 사람 등의 존재는 이를 반증한다. 게다가 시장 제일주의를 기치로 내건 자본의 세계화가 사회권의 위기를 더욱 깊게 만들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은 사회권 운동의 국제화를 절실히 요청해왔다. 네트워크의 출범은 이에 대한 응답이라 할 수 있다.
네트워크의 출범 과정 및 목표에 대한 토론에서 로저(경제·사회적권리센터, 미국)는 ""사회권네트워크는 먹을 권리, 건강권, 교육권, 주거권 등을 옹호하는 지구적 연대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네트워크는 2000년 10월 미국, 2001년 3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사전 회의를 열어 목표와 운영구조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2002년에는 대륙별 회의를 열어 각 나라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의 참여 폭을 넓혀왔다. 훌리에타(CELS, 아르헨티나)는 ""사회권 운동 단체들을 모으고 네트워크의 출범을 준비하는데 3년이 걸렸다""며 ""사회권 운동의 정보를 공유하고, 공통의 전략을 논의하고, 구체적 문제에 대한 연대를 도모하자는 것이 네트워크에 대한 지금까지의 합의""라고 설명했다.
사회권네트워크는 이미 웹사이트, 주제별 토론 메일링리스트 등을 통해 사회권 관련 정보 교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웹사이트(escr-net.org)에선 사회권에 대한 각국의 주요 판례 자료실, 전세계 사회권 운동 단체 목록들을 찾을 수 있다. 또 △사회권의 사법심사 △발전과 인권 △HIV/AIDS와 인권 △무역과 투자 △여성의 사회권 등에 관해 토론 그룹이 있다. 사회권 침해를 당했을 때 유엔에 이를 진정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 채택 운동도 벌이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주제별 토론 및 실천이 사회권네트워크 활동의 주요 골격을 이루게 된다.
이번 총회에서는 앞으로의 공동행동에 대한 제안도 나왔다. 식량권 단체인 피안(FIAN)의 빈트푸르는 ""올 9월 WTO 제5차 각료 회의가 열리는 멕시코 칸쿤, 내년 초 인도 뭄바이에서 열릴 세계사회포럼 등이 국제적 차원에서 사회권의 진전과 후퇴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일정""이라며 ""그러한 공간들에서 사회권을 중요 의제로 만들면서, 공동 실천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국제금융기구나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를 심사하는 국제법정의 설립을 추진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한편 네트워크의 윤곽을 만들어갈 운영위원회의 구성원칙도 이번 총회에서 인상적인 것 중 한가지였다. 지역별 균형, 젠더 평등, 민중운동의 필수적 참여가 보장되도록 원칙을 정하고, 이에 따라 총회 참석자들의 직접 선거로 위원들을 선출한 것이다. 이는 국내 연대기구들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으로 여겨졌다.
이제 공식 출범한 사회권네트워크! 뒷걸음질치는 사회권의 옹호를 위해 정보 교류를 뛰어넘어 집합적 행동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사회권네트워크에 거는 참가자들의 한결같은 희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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