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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용산경찰서 방범순찰대 본부중대 곽형근 이경이 대기발령 10일만에 사망했다. 또 사체부검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타살의 혐의 없으므로…’ 운운한 구절이 적힌 사체인도확인서를 가족에게 전달한 사실로 볼 때 이미 ‘사고’결론을 내려놓고 그에 사건을 꿰맞추려한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곽 이경 사망사건이 지난 달 수원 남부경찰서에서 의경을 구타한 사실이 확인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는 점에서 의경조직에 구타 등 폭력이 만연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수원 남부경찰서 ‘의경구타’ 이후 경찰청장의 지휘서신에 따라 ‘전 의경 관리대책 전담추진반’이 활동하고 있는 동안에 곽 이경이 사망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전 의경 관리대책 전담추진반’의 대책은 군대나 전 의경으로 복무한 사람이라면 ‘사고가 나면 의례적으로 하는’ 조치에 불과하다. 소원수리, 신체검사를 통한 구타행위 확인 및 색출, 취약장소 순찰 강화…. 또 정신병동까지 갈 정도로 구타를 한 것에 대해 취한 조치는 기껏 수원남부경찰서장 서면경고, 방범순찰대장 직위해제 정도이다. 당국이 취한 조치는 직접 구타에 가담했던 제대 의경을 불구속한 것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구타를 방조 묵인 은폐했는지에 대해 아무런 해명이 없다. 대신 경찰청장 지휘서신에 따라 ‘전 의경 구타방지 및 경찰관 인권 결의대회’를 했다고 생색내기에 바쁘다.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 데 누가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앞장서겠는가? ‘군기를 잡는다’고 의경들이 나서는 데 어느 지휘자가 기를 쓰고 그걸 말리겠는가?
용산경찰서에서 사망한 곽 이경의 상급자는 유족에게 ‘군기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얼버무렸다고 한다. 수원 남부경찰서 구타사건 이후에도 ‘군기잡기’는 계속된 것이다. 이미 ‘사체인도확인서’ 사건을 통해 용산경찰서에서 자신을 조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경찰은 또 ‘조사중’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에 대해 함구하면서도 언론에는 ‘성격이 내성적’이라는 말을 흘리는 등 기존의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미 경찰이 자신을 치료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관행’을 통해 또 한번 확인되었다. 이런 경찰에게 곽 이경 사망사건을 조사하라고 맡길 수 없다. 경찰이 조금이라도 자신을 치료하려면 민간에게 조사를 맡기고, ‘… 결의대회’ 대신에 ‘군기잡기’를 근절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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