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한국사회의 잘못된 수사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검찰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해 '서울지검 피의자 사망사건'(아래 사망사건) 관련 인권위가 직권남용·불법체포 혐의로 고발한 담당검사 홍아무개 씨 등 10명과 수사를 의뢰한 4명에 대해 최근 서울지검이 전원 '무혐의' 처분을 하자, 인권위는 14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서울고검에 항고키로 결정했다.
사망사건 직후 검찰은 홍씨 등을 가혹행위에 대해서만 기소한 바 있다. 이에 인권위는 직권조사 등을 통해 홍씨 등을 직권남용 및 불법체포 혐의에 대해서도 고발조치 및 수사의뢰를 했던 것이다. 직권남용, 불법체포, 가혹행위는 잘못된 수사관행의 대명사로서 각각 형법 제123∼125조에 해당한다.
인권위의 항고 결정은 이번이 처음으로, 잘못된 수사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인권위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사망사건에 대해 직권남용·불법체포죄까지 적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가혹행위 등에 의한 자백 위주의 수사관행을 대체할만한 과학적인 수사기법을 충분히 개발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권위는 사망사건 관련 홍씨 등을 무혐의 처분한 검찰의 논리를 세밀히 검토하고, 이에 대한 반박논리를 치밀하게 짤 필요가 있다.
## 범죄혐의의 상당성, 긴급한 체포의 필요성 - 인권위는 피해자들의 자백 이외에는 범죄사실을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으며, 피해자 장아무개 씨의 경우 검찰이 체포 3일전에 소재를 파악하고 있는 등 체포영장을 청구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긴급체포의 필요성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고양경찰서 내사기록, 마포경찰서 살인미제사건기록 등을 통해 범죄가능성이 농후했으며, 피해자 장씨는 도주 중이고 다른 피해자들은 주소지에 거주하지 않는 등 긴급체포가 필요했다고 판단한다.
## 불법체포의 고의성 - 또한 검찰은 홍씨 등이 직권을 남용해 피해자들을 체포·감금하려 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 형사절차 위반의 효력 - 인권위는 검찰이 피의사실 및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는 등 위법한 절차에 의해 피해자들을 긴급체포한 후 신체의 자유를 박탈했기 때문에 불법체포·감금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형사소송법 등 형사절차에 대한 위반 사실만으로 형법에 해당하는 불법체포·감금죄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 직권남용의 해석 - 피해자들은 긴급체포 후 외부와 격리된 채 폭행·가혹행위를 당해 변호인 조력권, 체포적부심 청구권, 진술거부권의 행사를 방해 당했다. 이에 인권위는 홍씨 등이 사건의 진실발견만을 앞세워 피해자들에게 보장된 권리행사를 방해했기 때문에 직권남용의 혐의가 있다고 해석한다. 반면 검찰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구체화된 권리의 현실적인 행사가 방해된 경우'에만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즉 가혹행위로 인해 결과적·반사적으로 피해자들의 권리행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직권남용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 특별규정 문제 - 형법상 가혹행로 인해 사람이 다치거나 죽으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아래 특가법) 위반죄가 적용된다. 따라서 홍씨 등은 형법이 아닌 특가법에 의해 기소됐다. 이를 두고 검찰은 특가법(특별규정)에 의해 기소된 경우 별도의 직권남용죄(일반규정)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인권위의 입장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