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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운 젊은 목숨들이 최근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고참의 폭력에 시달리던 의경이 '최후의 선택'이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가 하면, 고참에게 맞아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있던 전경이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의 죽음은 폭력경찰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전투경찰'이 그들 내부에서 또 하나의 '전투'를 일상적으로 치르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경찰은 몇몇 지휘 책임자를 직위해제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고참들을 구속하는 한편, 대원들에 대한 정신교육과 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뿌리'를 건드리지 않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는 결코 차가운 주검의 행렬을 멈출 수 없다.
'뿌리'는 바로 의무병들로 시위진압부대를 창설·유지하는 제도 자체에 있다. 죽은 이들은 모두 시위진압 현장에 일상적으로 동원돼 왔다. 고사리 손까지 모인 촛불집회와 노동자들의 파업현장, 민중들의 투쟁의 현장에는 지금도 이들 '진압군'의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자 입대한 의무병들이 '치안보조'라는 명목으로 헌법적 권리를 유린하는 전투로 내몰리고, 군기를 잡아 전적을 높이려는 지휘자들의 폭력에 또다시 시달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군인들을 일상적 '시위 진압'에 동원되는 전경으로 강제 차출하는 것은 시민에 대한 폭거일 뿐 아니라 이들 의무병들의 양심의 자유도 침해한다. 70년 박정희 정권 하에서 대간첩 작전 수행을 목적으로 제정된 전투경찰대설치법은 75년 경비업무, 80년 치안보조업무를 슬그머니 끼워 넣는 식으로 기형적으로 개정돼 왔다. 이후 정권은 87년 이한열과 91년 강경대 등의 죽음과 현역 전경들의 양심선언이 이어지자, 시위진압부대를 의경으로 점차 대체해나가는 '묘책'을 떠올렸다.
헌법적 권리의 행사인 집회·시위에 대한 진압을 '실전'이라고 표현한 한 의경의 말은 징병제에 의해 입대한 젊은이들이 '진압군'이 되어 자신의 이웃과 친구들을 향해 '전쟁'을 치러야 하는 이 기막힌 현실을 섬뜩하면서도 간명하게 드러내준다. 국방의 의무에는 '시민을 향한 전쟁'이 결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의무병들로 구성된 시위진압부대를 폐지하지 않는 한, 전·의경 내부의 폭력의 사슬도 결코 끊어낼 수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광범위한 실태조사에 들어가기로 한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러한 뿌리에 접근한 개선책을 내놓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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