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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인권지도자를 자처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부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있다. 오는 10일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김 대통령은 재임 3년간 ""인권의 보편성""과 ""자유권과 사회권의 동시 발전"" 등 수준 높은 인권 관련 발언을 계속 해왔다. 특히 해외에서 무슨무슨 인권상을 수상할 때마다 국내의 인권개선 정책을 세계인들 앞에서 발표하고는 했다. 그러나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그의 약속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도리어 이제는 '공포통치의 부활'을 선언하는 공안세력의 목소리가 기세를 올리고 있다.
보자. 연내 국가보안법 처리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민주당은 국가보안법 개정마저 망설이고 있으며, 개정을 하더라도 가장 문제가 많은 7조3항(이적단체 구성·가입)만은 존속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50여년간 이 법에 의해 고통받아온 국민들을 또 한번 기만하는 것이며, 7조의 우선 삭제를 권고한 유엔인권이사회의 결정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또한, 그토록 인권 대통령의 업적으로 빛을 내려던 인권위원회마저 명목적인 기구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더욱이 정부는 최근 노동자와 농민 등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을 억누르기 위해 강도 높은 대응을 펼치더니, 급기야 공안대책협의회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경찰은 심지어 '긴급조치 시대'를 연상케 하는 유언비어 단속방침을 발표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보마저 보이고 있다. 98년 외환위기 때에 이어 또다시 고통전담을 강요하는 정부에 반대하는 민중들의 행동은 정당한 것이며, 정부의 실책에 불만을 토로하고 정책을 비난하는 것 역시 국민의 당연한 권리임에도, 이를 힘으로만 누르려는 정부라면 그 정부는 더 이상 인권을 말할 자격조차 없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진정한 인권 지도자로 기억되길 바란다면, 독재자들이 써먹던 구태의연한 폭력에의 유혹을 뿌리치고, 민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된 인권위원회법을 제정하고, 국가보안법의 폐지에도 힘을 실어야 마땅하다. 국민을 기만하고 강경책과 엄중 단속만을 능사로 안다면, 그 결과로 빚어지는 사태는 온전히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러 가기 이전에 인권의 복원을 위해 힘을 실어야 한다. 민중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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