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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에 의해 수배중이던 대학생이 죽음에 이른 동생의 마지막 길조차 지켜보지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99년 홍익대 부총학생회장이었던 장진숙(25) 씨는 지난 16일 임종을 앞둔 동생의 병상 앞에서 경찰들에 의해 체포됐다. 장 씨는 98·99년 홍익대 미대 학생회장·부총학생회장을 맡았으며, 한총련 대의원 탈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국가보안법(7조 3항 이적단체 구성·가입) 위반 혐의로 3년간의 수배생활을 해왔다.
장 씨의 동생 재원(23) 씨는 후두암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었으며, 그 소식을 장 씨가 전해들은 것은 지난 15일. 장 씨는 동생의 마지막 가는 길을 꼭 지키고자 했지만 수배 생활을 하고있는 그에게 병원 방문이란 '위험한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정을 전해들은 홍익대 동료들은 사람들을 모아 응급실 입구를 지키고 16일 저녁 장 씨를 동생이 입원중인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들여보냈다. 하지만 잠시 후 10여 명의 마포경찰서 보안과 형사와 의경들이 들이닥쳐 장 씨는 동생의 눈앞에서 연행당했고, 다음날인 17일 동생은 결국 숨을 거뒀다. 주위 동료들은 ""16일 장 씨가 동생을 만났을 때 의식이 잠시 돌아왔으나, 연행 후 동생은 바로 의식을 잃었고 이후 의식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이에 동료들은 ""보안과 경찰들의 행동은 비이성적이고 반인륜적인 처사""라고 항의하며, 경찰서와 서부지검을 찾아가 시위를 벌였다. 구로경찰서로 이첩되어 조사를 받던 장 씨는 체포 19시간만인 17일 오후 7시에 체포취소 처분을 받아 석방됐다. 서부지검이 ""오는 26일 경찰서로 장 씨를 자진 출두케 한다""는 학교 교수와 담당변호사의 다짐을 받고 구속 신청을 보류, 석방했기 때문이다. 다시 동생 곁을 찾을 수 있었던 장 씨는 19일 동생의 장례식에 참석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2백15일 넘게 수배해제를 요구하며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진재영(29)씨는 이 소식을 전해듣고 ""정치수배자들은 체포라는 부담 때문에 부모님의 임종은 고사하고 장례식마저 참석하지 못해 평생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산다""며 ""국가보안법이 아니었다면 이들이 그런 상처를 받았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정치수배 전면 해제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우리나라엔 8월 5일 현재 150명의 국가보안법 수배자들이 있으며 그 중 95%이상이 한총련과 관련한 이적단체 구성·가입(국보법 7조 3항) 혐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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