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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퇴진을 요청할 것도 없다. 이 정권은 타도의 대상이다.""(대우자동차 해고자)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3년에 걸친 김대중 정권의 사기극을 방치할 수 없다. 앞으로의 모든 투쟁은 김대중 정권 퇴진투쟁으로 모아나가야 한다.""(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이처럼 노동자들이 격앙된 것은 전적으로 정부가 자초한 일이었다. 지난달 16일 대우자동차 노동자에 대한 대규모 정리해고도 모자라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짓밟아 왔기 때문이었다.
7일은 대우차 부평공장이 다시 조업을 시작한 날, 겉으로는 대우차가 정상화의 길로 가는 듯 보였지만, 그 이면에선 하루종일 연행, 계엄을 방불케 하는 검문검색, 노조출입 봉쇄 등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계속됐다.
○ 오전 5시30분부터 4시간 가까이 인천 백운공원에서는 대우차 해고자와 그 가족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미 전투경찰병력에 의해 부평공장으로 통하는 모든 길목이 차단된 가운데, 회사측은 출근자를 위해 통근버스를 운행할 예정이었고, 이에 해고자와 그 가족들은 버스 앞에 드러눕기까지 하며 이를 막아섰다. 결국 가족들을 포함해 2백여 명이 대거 경찰서로 연행됐다. 해고노동자의 부인 박현숙(33) 씨는 ""경찰이 방패로 찍고, 아이가 없는 사람들은 모두 연행해 갔다""며 ""남편을 보호하기 위해 부인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공장주변을 철통같이 경계하던 전투경찰 대오는 오전 11시경 노조사무실로 들어가려던 노동자들뿐 아니라, 이들의 법률상담을 위해 방문한 변호사의 출입마저 가로막았다. 그러나 해고자라 하더라도 조합원 신분인 이상, 노조 사무실 출입은 기본적인 권리다. 회사와 공권력은 이마저도 무력으로 막았다.
○ 오전 투쟁을 마친 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낮 12시 산곡성당으로 모여 집회를 가졌다. 마이크를 잡은 한 해고자의 부인은 ""죽고싶었다. 그러나 살아서 싸우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돌아왔다""며 울먹이다 끝내 오열하고 말았다. 이어 오후 1시 30분. 30여분의 휴식 후 다시 집결한 노동자들은 몹시 지친 표정 속에서도 ""죽었다 깨어나도 공장으로 돌아간다!"", ""노동자만 때려잡는 김대중을 쳐죽이자!""고 분노의 외침을 토해냈다.
○ 오후 2시 부평역광장에서 민주노총의 집회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부평역 일대는 이미 전투경찰에 의해 완전히 점령된 상태였다. 최소 80여 대가 넘는 전경버스가 광장과 도로변에 늘어섰고, 전철 역사 안에서부터 광장으로 통하는 모든 길목마다 전투경찰이 수십 내지 수백명씩 배치돼 통행을 제한하고 검문검색을 실시했다. 경찰청 경비과는 이날 ""목전에 범죄를 하려 하거나 범죄를 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불심검문을 한다""고 밝혔다가, 반듯한 옷차림이 아니면 '막무가내'로 검문검색을 한다고 지적하자 ""모르겠다"", ""거기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 집회를 불허당한 민주노총은 인천교대로 장소를 옮겨 오후 3시부터 '구조조정 분쇄 및 김대중 정권 퇴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엔 민주노총 중앙지도부 및 연맹위원장 등이 대거 참석했고, 울산·부산 등지에서 상경한 노동자들과 대학생, 사회단체 활동가등 2천여 명이 참여했다. 집회를 마친 뒤 부평공장으로 가려던 시위대는 경찰병력에 의해 행진이 봉쇄되자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저항했고, 전투경찰 역시 날라온 돌과 화염병을 되던지며 행진을 저지했다. 집회장 상공에선 헬기 한 대가 계속 날아다니며 ""불법집회를 중단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당신들의 의사를 전하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그러나, 이미 모든 집회를 사전에 불허한 정부였다.
○ 오후 6시30분 경 지하철 1호선 부평역 플랫폼에는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이 8백여 명에 육박했다. 플랫폼에서 개찰구로 통하는 계단은 이미 전경 병력에 의해 차단되었고, 결국 외부로 나가는 것이 차단된 시위대는 플랫폼 위에서 30여분간 시위를 전개했다. 그리고 7시20분 경 전투경찰이 플랫폼으로 투입되자, 시위대는 선로로 뛰어내리거나 출구 쪽으로 몰렸고, 10여분만에 모두 해산됐다.
민주노총은 8일에도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고 '김대중 퇴진'의 목소리를 높이기로 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2시 금융감독원 앞에서 진행되며, 강제퇴출이 예정된 생명보험사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5천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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