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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정이 무산된 테러방지법의 제정을 민주당과 국정원이 또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정보위원회(위원장 김덕규) 소속 민주당 위원들과 국정원은 최근 테러방지법안을 새롭게 마련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대한변협 등을 찾아가 법안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보위 장세훈 조사관은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애초 원안에 비해 대폭 수정되었기에 큰 무리없이 여야합의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국감이 끝나는) 10월 중순 이후 법안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인권단체들은 다음주 초 긴급 간담회를 갖고 대응방향을 결정키로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법안에 대한 내부 검토를 긴급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문제조항 손봤지만 골격 그대로
이번에 마련된 테러방지법안은 지난해 인권단체들의 거센 반발과 국가인권위의 제정 중단 권고까지 받았던 애초 원안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수정했다. 총 15개조와 부칙 2조로 구성된 이 법안은 인권침해 논란을 빚었던 △모호한 '테러'와 '테러단체'의 개념을 좀더 명확히 하고 △대테러활동에 동원된 군병력의 불심검문·보호조치 등 권한 부여에 관한 규정을 삭제하는 한편 △테러범죄와 단체구성, 불고지죄 등에 관한 벌칙조항도 모두 삭제했다.
하지만 이번 법안 역시 인권침해의 주범으로 지탄받아 온 국정원의 권한을 크게 강화하고 군대를 국내 치안유지활동에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큰 골격에서는 변함이 없다. 특히 국정원은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설치, '테러대책'을 명분으로 정보수집과 수사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관계부처들을 통합·지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개혁 대상 국정원에 큰 권한 부여
민변의 최병모 회장은 ""이런 문제점 덩어리의 법안은 결코 제정되어선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최 회장은 ""국정원이 수사 관할권을 확장하고 다른 국가기관까지 통합 지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위상과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게 이 법안의 목적""이라고 꼬집은 뒤, ""수지 김 사건에서 이미 드러났듯이 국정원에서 수사권을 떼어내고 국내정보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개혁방향과 전면 배치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이와 함께 ""군대를 국내 치안유지활동에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계엄선포와 같은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계수 교수(울산대 법학)도 ""이 법안은 국정원 산하에 큰 권한을 가진 대테러센터를 설치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정원 개혁 논의는 진행하지 않으면서 국정원의 힘을 키우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테러방지법으로 테러 예방 안된다""
이 교수는 또 ""9·11 이후 미국에서 반테러를 명분으로 수사기관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고 시민적 자유가 제한됐지만 테러 위험은 오히려 높아져 이제는 공화당 안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인권침해 위험까지 감수하고 테러방지법을 제정한다고 테러가 예방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2월 현행법과 제도로도 테러 예방과 진압 등을 위한 통합적 체제와 광범위한 권한이 확보돼 있고, 테러방지법안에 인권침해 소지가 많다면서 법 제정 자체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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