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기획연재> 공공부문 간접고용 실태와 대안 (2)
내용
"경북대 공대 건물의 경비를 맡고 있는 용역노동자 양 씨의 1주일 근무시간은 1백 시간이 넘는 평균 119시간.평일 15시간(18시 - 다음날 9시), 토요일 20시간(13시 - 다음날 9시), 일요일 24시간(9시 - 다음날 9시)의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임금은 고작 77만원에 불과하다. 부산대 경비직의 경우도 근로계약서 상에는 24시간 근무 시 오전 1시간, 오후 3시간의 휴식과 오전 1시부터 5시까지의 수면을 보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야간에는 관리실 소파에서, 관리실이 없는 경우는 책상 위에 엎드려 눈을 붙이는 것이 고작인 것이다. 이들 '감시·단속'적 근로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제5장이 정하고 있는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 받지 못한다. 다른 업종에 비해 노동강도가 약하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의 예외지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소파와 책상이 그들의 잠자리
 
부산지하철에서 청소 일을 하는 여성노동자 조 씨는 ""하루 중 맘놓고 쉴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외환위기 이후, 전에는 4개조로 돌아가던 열차 청소조가 3개조로 줄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간이 없다 보니 점심식사도 두 번, 세 번에 걸쳐서 먹는다. 지하철공사 측이 휴게실로 제공한 선로 옆 계단 밑의 조그마한 방에는 통풍구도 없고, 개수대와 하수구에서 발생하는 습기로 인해 방안은 항상 축축이 젖어있다. 이런 열악한 공간에서 조 씨는 식사를 하고 야간근무를 하는 날에는 잠을 자기도 한다.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장시간 노동하는 용역노동자들이 휴가라도 제도로  쓰고 있을까? 실태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연월차 휴가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경우가 77.1%, 20%만이 연월차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응답했다. 상당수의 용역노동자들이 사용업체 관리자의 강요 또는 업무부담 등으로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예를 들어 부산대 경비직 노동자의 경우 1년 내내 24시간 맞교대 근무가 계속되기 때문에 휴가 사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대공원의 경우도 27만평이나 되는 공원을 51명의 인원이 청소해야 하는 조건이다 보니, 월 2일의 휴일 이외에는 명절도 없고 휴가도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다.
 
                         노조 결성은 '밥줄을 건 결단'
 
이런 노동조건을 바꾸고 싶어도 노조결성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인천공항공사는 노조원들을 다른 곳으로 발령하거나 조합탈퇴를 강요하였고, 한국방송공사는 '사업장 내 조합활동'을 금지 시켰다. 인천지하철공사는 '용역업체와의 재계약 거부'를 위협하며 노조 활동을 가로막았다. 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2002년 5월 26일 노동조합이 결성되자 5월 31일 설계변경을 이유로 용역노동자들의 현장출입을 차단했고, 용역업체는 6월 1일자로 이들의 근무지를 원거리로 배치해 사실상 노동조합 와해를 시도한 사례도 있다. 

서울대공원의 2003년도 현재 청소용역회사인 대원관리(주)는 지난해  웅비환경(주)이 새 용역업체로 낙찰되기 전까지 15년간을 대공원과 청소용역계약을 맺어왔던 회사이다. 대부분 10∼20년동안 장기 근무하면서 부당 대우를 받아왔던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 것은 2001년 4월이었고, 단체협상을 통해 임금인상과 주 1회 유급휴일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회사는 그해 대공원과의 용역계약이 만료되자 52명의 조합원 전원을 해고했고, 노동자들은 25일간 농성 끝에 웅비환경(주)으로부터 고용승계를 인정받았지만, 2003년 다시 대원관리(주)가 들어오면서 하루아침에 노조원 전원이 해고되었다. 조달청은 대원관리(주)가 과거 임금착취와 부당해고 등으로 문제가 되어왔고 또 퇴직금 미지급 관련 소송이 제기돼 법원으로부터 지급명령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 업체를 또 다시 선정했다.
 
이처럼 열악하기 그지없는 노동조건을 강요하고, 노동조합 활동도 용인하지 않는 곳은 민간 사기업이 아니라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사와 같은 공공부문이다. 비정규직의 차별 해소를 외치는 정부가 사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차별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12924
생산일자 2003-09-24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박세진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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