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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법무부와 여성부가 공동 주최한 '(호주제 폐지에 관한) 민법개정안 공청회' 반대토론자로 나선 정통가족제도수호범국민연합 공동대표 구상진 변호사의 논지는 호주제 폐지 반대론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구 변호사는 인권에 대한 무지, 평등에 대한 아전인수격 해석, 맹목적인 전통수호론과 생물학적 결정론을 기반으로 호주제 폐지를 민족암살 행위로 매도했고, 색깔론까지 들먹이며 호주제 폐지를 강력히 반대했다.
구 변호사는 ""평등이란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른 만큼 다르게 하는 것""이라며 ""가족제도상 남녀는 인격의 평등과 남녀유별 및 양성의 조화가 기본원리""라고 주장했다. 가족 내에서 남녀 역할이 어떻게 다른지 구 변호사가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구 변호사는 호주와 성관 제도에서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것이 마치 △남녀의 복장을 통일하여 남자에게 치마를 정장으로 입게 하고 △남녀의 화장실을 분리하는 것도 금지하고 △산부에게 출산휴가도 주지 않는 것과 같은 획일적인 평등으로 취급했다.
우리는 복장의 차이, 화장실의 분리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폐단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똑같이 강제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호주제로 인해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심지어 고통받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자명한 상황에서, 이를 남녀유별이란 말로, 단순한 차이로 정당화하는 구 변호사의 당당함이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구 변호사는 ""호주제란 집안이라는 개념이 있어 선후대를 통하여 계속되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그 집안에 태어나는 자녀에게 그 선조의 성씨를 붙이며, 선후대 간에 제사를 지내고, 이렇게 연결된 일족을 일가로 부르는 제도""라고 정의하고, ""호주제의 본질은 가계계승제도를 호주 개인의 권리의무의 형태로 표현한 법률형식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호주제의 '가' 개념과 가계계승제도에서의 '가족' 개념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단적인 예로 우리는 같은 선대에 제사를 지내는 모두를 한 가족으로 생각하고 그 중 최고령자를 집안의 어른(호주)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한 가족 내에서 법적인 호주는 4∼5명이 될 수도 있다. 장남이 아닌 아들들은 결혼을 하면 분가를 해 호주가 되고, 사위들도 독립된 호주이기 때문이다.
또한 구 변호사는 호주제에 대해 ""대한민국 수립 전부터 자생적인 기초로 형성되어 있는 가족제도의 기본구조""이고 ""가족제도는 헌법제정권력을 창출한 문화로서 헌법의 토대""이기 때문에, 양성평등과 인간존엄은 정통가족제도 보호와 조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의 이름으로 호주제, 부성제도 등 전통의 변경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것. 또 구 변호사는 Y염색체는 후대로 계속 이어져 과학적으로 남계혈통의 근거가 되고 검색도 된다면서, 남계 가계계승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하지만 예로부터 전승되어 온 모든 것이 전통이란 이름으로 맹목적으로 전승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것들에 대한 계승과 폐기를 통해 새로운 전통을 만드는 척도 중 법적인 기준을 헌법에 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통을 기반으로 헌법은 만들어지지만, 헌법에 어긋나는 전통은 이미 전통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악습일 뿐이다. 또한 명백한 과학적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물학적 결정론을 주장하는 것은 자칫 인종 및 성별 차별로 귀결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심지어 구 변호사는 ""폐지론자들이 통상으로 사용하는 … 주장은 거의 전부가 사실과 매우 거리가 멀고 북한 측이 애용하는 용어와 논리""라며, ""인간의 존엄에 매우 역행되는 북한 가족법 체제에 유사하게 되는 변경을 추구하면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실로 삼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일""이라며, 때아닌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북한과의 유사성이 곧바로 반대의 근거로 주장되는 모습은 흡사 한총련에게 자행되는 마녀사냥에 견줄만했다.
결론적으로 구 변호사의 논지는 이미 차별적 제도로 인정되고 있는 호주제를 '전통'이란 이름으로 또 다시 정당화하려는 시대역행적 발상이다. 왜 여성은 가계를 대표해 가계의 문화를 계승하는 주체가 될 수 없는가? 한부모가정, 독신모가정 등은 왜 정상적이지 않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가? 재혼가정의 자식이 양부와 성이 다름으로 인해 고통받는 현실에 왜 귀를 기울이지 않는가? 호주제와 가계계승제도는 무관하다. 호주제 폐지, 더 이상 발목 잡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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