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한진중공업 측의 부당한 손해배상·가압류 조치에 따른 압박으로 129일의 고공농성 끝에 결국 자살한 고 김주익 지회장 사건에 대한 노동계의 본격 대응이 시작됐다.
21일 오후 2시 한진중공업 노·사가 7월말 파업 이후 처음으로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가운데,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 민주노총은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 자살 이후 노동정국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상황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한진중공업에 ""△노동탄압 사과 △2002년과 2003년 임단협 체결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 △징계와 해고 원상회복 등 노조의 소박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한진재벌 응징을 위한 전국투쟁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투쟁 의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민주노총은 또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이루겠다던 노무현 정부의 기만성을 비판하며 ""손배가압류, 노동자 대량구속 등 친사용자적 노동탄압을 중지하지 않는다면 오는 22일과 29일, 11월 5일 대규모 부산집회에 이어 11월 9일에는 서울에서 10만이 결집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어 강력한 대정부 투쟁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재신임 정국과 연관해서 대응할 것""이라며 ""개혁실종, 노동탄압에 대한 조치 없이 재신임 받겠다고 하면 우리는 불신임을 목표로 조직적으로 활동할 것""을 밝혔다.
민주노총의 이와 같은 '대정부투쟁'의 배경에는 참여정부에 대한 깊은 실망이 깔려있다.
민주노총 집계에 따르면,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던 참여정부에서 출범 8개월을 맞은 10월 20일 현재 무려 132명의 노동자가 구속됐다. 뿐만 아니라 두산중공업 배달호 씨 분신 이후 손해배상·가압류 남용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손해배상·가압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이른바 '노사관계선진화방안'을 내놓기까지 했다. 10월 20일 현재 민주노총 산하 46개 사업장이 1300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가압류에 묶여있고, 심지어 지난 6월 철도파업에 대해서는 정부 스스로 75억의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기도 했다.
구속노동자 132명에 손배·가압류도 방치
한편 이날 오전 11시 민주노동당도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8일부터 진행한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 사망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노동당은 김주익 지회장의 자살 원인으로 먼저 한진중공업 사측의 압류와 손해배상 소송, 극심한 부당노동행위를 통한 노조탄압과 노동자를 과도하게 착취하는 경영방식 등을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지난 2000년부터 꾸준히 흑자경영을 해왔지만 21년 동안 근속한 김주익 지회장의 기본급이 고작 105만원에 불과한 것을 비롯해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이 동종업종에 비해 41∼97만원 가량 적은 수준이다. 또한 사측은 2000년 당기 순이익의 2.1배, 2001년에는 1.5배를 조남호 회장을 비롯한 친인척에게 배당하고서는 2002년에는 배당을 늘리기 위해 '인력체질개선'이란 명목으로 노동자 650여명을 정리해고했다
민주노동당은 또 ""민주노총, 민변, 민주노동당이 가압류와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 요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추진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으며 국회는 법률개정을 하지 않았다""며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도 김 지회장을 자살로 내몬 원인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에도 책임""
한편 21일 2시 노사교섭에 앞서 노조측은 사측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한 교섭은 무의미하다고 판단, 지난 7월 18∼19일 교섭 결렬의 책임소재 등 사측 책임에 관한 진상규명을 선행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교섭 자리에서 ""한진중공업 김정훈 사장은 사측의 구체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채 '이렇게 된 이상 모두 내 책임이다'라는 애매한 사과의사만 표명했다""고 민주노총 부산본부 박진현 교선국장은 밝혔다. 사측은 7월 교섭 결렬의 책임소재에 대해서도 그 동안 주장했던 '노조측의 교섭 결렬 선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부분만 인정했을 뿐 더 이상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상태다.
또한 사측은 문제가 되고 있는 손해배상·가압류와 관련, 현재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는 철회한 상태이지만 조합비에 대한 40%의 가압류는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해고자 복직에 대해서도 수용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해서는 법률적 판단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한진중, 조합비 40% 가압류 고수
다음 교섭 일정은 유족에 대한 사측의 사과를 전제로 노사 실무간사단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이날 사측은 김 지회장의 빈소에 조문을 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해 일단 노사교섭은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