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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광화문 일대 행진을 봉쇄하기 위해 미대사관과 정부대전청사를 관리하는 경비용역업체를 내세워 '집회 봉쇄용 집회'를 신고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광화문 한국통신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라크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아래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지난 10일 청와대 앞까지 도보행진을 하기 위해 집회신고를 냈다. 하지만 경찰은 행진 경로가 이미 신고된 집회·행진과 겹친다는 이유로 금지를 통고했다.
하지만 행진경로를 선점한 (주)신천개발은 미대사관과 정부대전청사의 경비용역업체여서 최근 잇따르는 노동자 집회 등에 대비해 정부에서 미리 손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게다가 이 업체는 11월초부터 내년 말까지 매일 일출에서 일몰까지 집회와 행진을 신고해두었다. 1980년 설립된 (주)신천개발은 현대상선 건물 등 광화문 주요 건물과 주한 미8군의 경비업무도 맡고 있다.
금지 통고 이유에 대해 관할 종로서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부터 서울경찰청, 사직공원까지의 행진이 내년 말까지 매일 신고돼 있어 파병반대국민행동의 행진경로와 겹친다""며 ""단 한 군데라도 행진 경로가 겹치면 집회 신고를 받지 않는 것이 규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중연대 정영섭 기획부장은 ""두 집회의 행진경로 교차점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면서 ""신천개발 측에 오후 1∼2시 사이에라도 이 지점을 통과할 수 있도록 조정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집회 방어용 집회냐고 물어보니 방어용 집회 맞다, '건물주'들이 압력을 넣는다고 대답하더라""고 말했다.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신천개발 관계자는 ""국가중요시설물을 경비하는 특수경비업체가 미화나 설비 등 겸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비업법 시행령 개정 소식을 듣고 반대집회를 계획하게 됐다""고 해명하면서도 ""잦은 집회와 시위가 심한 소음을 일으키고 보행에도 지장이 된다""면서 ""건물 관리를 맡고 있는 회사 입장에서 업무상 필요해 신고한 측면도 부인하지는 않겠다""고 밝혀 의혹을 더했다.
김승환 교수(전북대 법학)는 ""현행 집시법 해석으로도 양자가 충돌할 경우 경찰은 쌍방의 이익이 조화되도록 조정해야 할 의무가 있고 당사자들도 조정 협의에 응할 의무가 있다""면서 ""이를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먼저 신고된 집회가 뒤에 신고된 집회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신고된 집회라면 집시법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8월 전북지역 단체들이 전북도청 앞에서 열고자 했던 경제자유구역법 관련 집회가 같은 장소에서 새만금 방조제 찬성 집회가 약 3개월간 신고돼 있어 금지통고를 받았다가 이후 주최측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하는 상황을 조정해 달라""고 경찰에 이의를 신청해 받아들여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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