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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60만 고3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시디(CD)로 제작해 전국 대학에 제공해 온 교육인적자원부의 인권침해 관행에 법원이 쐐기를 박았다.
28일 서울지법 민사50부(재판장 이홍훈 부장판사)는 지난달 24일 전교조가 성모 씨 등 고3학생 3명의 위임을 받아 교육부를 상대로 낸 '네이스 관련자료 시디 제작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시디 제작·배포 행위는 ""법률적 근거 없이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관한 권리, 사생활의 평온 및 형성의 자유, 정보관리통제권을 침해한 위법한 행위""라며 배포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는 교육행정의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정보인권을 함부로 침해해 온 교육부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어서 향후 네이스 시행 여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 1997년 말부터 별다른 법적 근거나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전국 고3 수험생의 학교생활기록부 정보를 시디로 만들어 전국 380여 개 대학에 일괄 제공해 왔다. 이 시디에는 전국 고3학생들의 성적, 질병, 징계기록, 가족관계, 학생 성향에 대한 교사들의 의견 등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가 모두 수록돼 있어 정보인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교육부는 최근 이 시디 제작을 명분으로 현 고3학생들의 정보를 네이스에 입력하라는 압력을 교사들에게 행사해 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초·중등교육법 25조의 규정을 들어 ""교육부장관은 생활기록부 작성, 관리에 관한 기준만을 설정할 권한이 있을 뿐, 학교생활기록부의 작성, 관리 권한은 각급 학교장에 있""으며 결국 ""학교생활기록부 전산자료를 작성하고 배포할 권한도 각급 학교장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교육기본법 23조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생활기록부 전산자료를 사용할 권한까지 부여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또 시디의 복제와 해킹이 용이하고 보안방식이 쉽게 무력화될 수 있음을 근거로 ""그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우며, 만일 유출될 경우 그 피해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시디 제작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판결이 나오자 전교조,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48개 교육인권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네이스 반대와 정보인권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정보인권 보호에 커다란 전기를 마련한 획기적 결정""이라며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날 법원 결정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며 가처분 신청을 낸 학생 3명의 자료만 제외한 채 시디 제작과 배포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대위는 ""교육부가 사법부의 결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행위를 자행하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며 ""시디 제작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범국민적 규탄운동은 물론 교육관료 퇴진운동을 전면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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