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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국가기관의 태도가 점입가경이다. 검찰이 가해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해자를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데 이어 법원마저 피해자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
15일 전주지법 2호(판사 류연만)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전북평화와인권연대 활동가 서미숙 씨에게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던 1심을 깨고 '무고 및 명예훼손'으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서 씨는 이 날 법정구속됐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임재은 활동가는 ""재판부는 1심에서 가벼운 형량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서 씨가 이에 불복해 항소한 것은 반성의 기미가 없는 것이라며 실형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서 씨는 지난 2002년 11월 27일 전주지방노동사무소 앞에서 개최된 '방용석 노동부장관 규탄집회'에 참가하던 중 화장실 이용을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다 노동사무소 직원이 가슴을 밀며 폭력을 행사해 전치 2주의 상해진단과 4주의 정신진단을 받았다.
서 씨와 전북 인권사회단체들은 이 사건을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으로 보고 노동부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그 이튿날 가해자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전주지검은 이를 무혐의 처리한 데 반해 노동사무소 측이 제기한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는 받아들여 서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1심에서 패소한 서 씨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되레 실형을 선고했다.
김승환 교수(전북대 법학)는 ""재판부가 가해자의 입장에서 판결을 내렸다""며 ""성폭력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됐다고 해서 법원이 피해자의 무고죄를 인정하면 가해 남성들이 증거만 남기지 않으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북여성단체연합 조선희 사무처장도 ""증거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성폭력 피해여성이 법적으로 가중처벌 받은 것에 분노한다""며 검사와 판사의 미흡한 인권의식을 비판했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와 전북여성단체연합도 공동성명을 통해 ""공권력이 한번은 성추행을, 또 한번은 사법폭력을 행사했다""고 강력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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