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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부터 인도 뭄바이 네스꼬 그라운즈에서 시작된 4회 세계사회포럼이 오늘로 5일째 일정에 들어갔다.
1980년대 중반 땅값이 오르면서 공장들이 폐업하면서 방치됐던 이 공장지대는 세계적인 행사장이 되어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공장 건물에 수십 개의 회의장과 전시장을 설치했고, 주변 공터에도 칸막이를 이용해 수백 개의 소규모 회의장과 이벤트 장소를 만들었다. 조직위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는 132개의 나라들에서 2천 6백여 개의 단체, 8만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대회 참가자들은 1천 개가 넘는 회의와 세미나, 워크숍과 2백여 개의 행사를 준비했다.
뭄바이 산업경제의 상징이었던 이 옛 공장지대에는 농민과 인도의 최하층민인 달리트(Dalit), 노동자, 여성, 동성애자 등이 매일 반전, 반신자유주의, 인종차별반대 등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로 인도를 비롯한 서남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온 참가단은 격렬한 춤과 율동, 강렬한 타악기 연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행사장에는 먼지가 뿌옇게 일고,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벤트로 시끌벅적하다. 다양한 인종과 언어, 종교, 문화와 각종 이슈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아닌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구호 아래 총집결된 것이다.
다양한 의제, 수많은 토론들
이번 사회포럼의 핵심 주제는 세 차례 열렸던 이전의 포럼처럼 '반신자유주의'와 '반전'으로, 이에 대한 각국의 경험과 전략, 새로운 사회에 대한 대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주요 의제로는 △군사주의, 전쟁과 평화 △세계화, 경제와 사회 안보 △지속가능한 발전: 토지, 물과 식량 주권 △종교, 윤리, 언어적 배제와 억압 △배제, 차별과 억압: 인종주의와 카스트제도 △가부장제와 성 △노동자와 노동의 세계 △미디어, 문화와 지식 등이 배치되었다. 이외에도 △정당과 사회운동 △세계화와 그 대안 △세계화, 지구적 통치(Global Governance)와 국가 등이 논의되고 있다. 실로 전세계의 모든 문제를 놓고 다양한 방식의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말로만 투쟁 외친다는 비판도
이에 대해 비판자들은 ""세계사회포럼은 논의만 무성하고 실천에는 소홀하다. 대회 상층부는 말로만 반신자유주의, 반전 투쟁을 외친다""고 비판한다. 실제 인도 공산당의 20개 분파들은 다른 장소에서 세계사회포럼을 비판하는 '뭄바이 레지스탕스 2004'(Mumbai Resistance 2004)를 별도로 조직했다.
그러나 세계사회포럼을 비판하면서도 포럼이 사실상 다양한 세계운동을 연결해주고 논의를 촉발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들은 별도로 반신자유주의·반전 투쟁, 세계사회포럼의 전망 수립과 관련한 활동과 총회를 매일 열고 있고, 논의의 결과를 세계 사회운동 활동가들에게 보내는 호소문 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발표문에는 주로 올해의 '반전 공동행동의 날', 홍콩 WTO 각료회의 투쟁에 대한 세계운동세력의 관심과 투쟁역량 총집결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고, 이것은 곧바로 전세계운동의 연대지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애인들의 접근권 보장 요구
16일 열린 개막식은 아프리카 무용단의 격렬한 리듬 무용, 파키스탄 그룹의 노래로 막을 열었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다른 세계를) 함께 건설하자""는 구호가 대회장 전광판을 장식했다. ""반전투쟁과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세계적 차원에서 결합하자"", ""뭄바이에서부터 그 행동을 조직하자""는 발언도 쏟아져 나왔다. 광장에 모인 5만여 명의 각국 참가단과 인도 참가단들은 개막식 내내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치고, 자신들의 주장을 알려나갔다.
한편, 장애인 단체들은 대회 조직위가 장애인들의 접근권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항의하기도 했다. 그들은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은 아예 없고, 행사장에도 편의시설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으며, 개막식에조차 수화통역도 없다""고 비난했다. 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우리는 조직위에 이미 6개월 전부터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결과는 이렇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대회 조직위는 다음 대회에서는 이 문제를 보완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했다.
한국참가단의 활발한 활동
자유무역협정·WTO반대국민행동(아래 국민행동)을 비롯해 350여 명이 참가하고 있는 한국 참가단은 △칸쿤투쟁 이후 WTO 협상전략 △아시아지역 투자자유협정 반대 투쟁 조직 △사유화 반대투쟁에 대한 각국의 경험 공유 등 반신자유주의 투쟁에 있어서 아시아 지역의 공동 연대 구성에 힘을 쏟고 있다. 21일 폐막식에서는 투자협정에 반대하는 아시아지역의 공동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반전투쟁과 관련해서는 부시 낙선운동 네트워크를 조직하기 위해 각국 참가단과 발빠르게 접촉하고 있고, 18일에는 일본 참가단과 함께 공동 집회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국 참가단의 활동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한국 정부의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정책을 알리고 이에 항의하는 서명을 받는 일이다. 인도를 비롯한 서남아시아 참가자들은 앞다퉈 서명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사회권 분야 논의 활발
이번 포럼에서 인권문제와 관련해 눈에 띄는 것은 지금까지 자유권에 매달려 왔던 국제인권단체들이 사회권 분야에 대한 토론을 활발히 조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행사가 인도에서 열린다는 점이 반영되어 인종주의, 노예제 문제 등 소수자의 차별 문제를 다루는 토론이 많다는 점, 이전 국제회의장에서 중심 의제로 다루어지던 버마 문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티벳 문제를 다루는 토론과 시위, 부스가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점 등도 눈에 띈다.
이번 포럼에서 다뤄진 주요 인권 토론은 다음 호에 소개한다.
[인도 뭄바이=박래군, 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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