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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3천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카스트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다. 이런 특성을 반영하여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는 인종주의와 관련한 논의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인도의 최하층민인 달리트(Dalit)는 인도 전체 인구 10억 명 중 1/4 이상에 이른다. 이들은 그들만의 마을에서 거주하고 신발을 신을 수도 없고 우산을 쓸 수도 없으며 절에 들어가서도 안되며 소유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달리트들의 추앙을 받는 암베드커(B. R. Ambedker)는 인도의 독립 헌법에서 카스트 제도를 부인하는 조항을 삽입시켰다. 그는 마하트마 간디에 대해 ""인도에서 불가촉천민들을 그대로 두고 떠났다""고 비판한 바 있다.
법적인 차별은 없어졌지만 카스트 제도는 인도인들의 의식과 생활 속에 뿌리깊게 남아 있다. 그들은 교육, 고용, 사회생활 모두에서 차별당하고 있으며 살인, 강간, 강제노동 등의 집중적 대상이 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출신을 숨기고 도시로 들어오거나 불교로 개종하는 방법 등을 통해 숙명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정계, 경제계에도 진출하고 있다.
행사장에서 달리트들은 ""카스트 제도 철폐""를 외치는 시위를 연일 열고 있다. 이들은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했던 과거를 넘어 이제는 말하겠다는 의미로 입을 크게 그린 마스크를 쓰고 시위를 벌인다. 달리트 해방운동 지도자 마틴 맥완은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투쟁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19일 조직위가 주최한 인종주의를 주제로 한 공개 토론장에는 수천 명이 모여들었다. 이 자리에서는 네팔, 나이지리아, 일본, 볼리비아 등 카스트제도와 유사한 인종주의가 남아 있는 나라들의 사례 소개가 이어졌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차별을 받고 있으며 신자유주의로 인해 우선적으로 일자리에서 쫓겨나는 등의 심각한 생존권적 위협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인종주의를 철폐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과 대중에 대한 인권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일본 부락해방동맹의 타가와 마스터 씨는 ""인종차별을 받는 우리는 각 나라에서는 소수자이기 때문에 국제연대를 하지 않고는 해방될 수 없다""며 국제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해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수많은 회의와 행사들에도 불구하고 인종주의를 이전부터 있어 왔던 제도만으로 인식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다산인권센터 노영란 씨는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나 현대에서 사실상 노예와 다름없는 상태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문제와 연결하여 인종주의를 인식해야 연대가 성공할 수 있을 텐데, 과거부터 존재해온 제도에 대한 논의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포럼에 모인 세계 사회운동단체들이 인종주의를 주요한 의제로 삼기 시작했다는 점은 의미있는 일이다. [뭄바이=박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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