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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아 중국에 체류중입니다. 딸아이가 북경에서 유학을 하고 있어 지난 2년간 중국 각지를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주에는 상해 일대를 다녀왔습니다. 한국을 위협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의 일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중국은 한국의 70-80년대를 연상시킵니다. 적어도 정치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텔레비전 뉴스 앞머리는 거의 예외없이 후진타오나 원자바오 등 중국 정치지도자들의 하루 동정으로 장식됩니다. 나머지 뉴스도 대부분 정부의 발표자료를 전달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정치지도자를 비판하거나 고위관리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언론은 아직 없는 듯 합니다. 언론의 여론수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5공시절 한국의 언론이 연상됩니다.
중국에서는 국민보다는 국가 권력이 중심인 듯 합니다. 각 도시마다 가장 거창하고 화려한 건물들은 인민정부 청사입니다. 백화점 계산대에도 ""군인 우선""이라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차를 타 보면, 공무원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빈부의 격차도 더욱 심해지는 듯 보입니다. 호화 고층아파트와 초현대식 사무용 건물들이 시내 중심가에 들어서고 있지만, 일반 중국인들이 사는 주택들은 여전히 초라하기 그지 없습니다. 거리에는 벤츠, 아우디 등 고급 승용차들이 활보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영하 10도의 날씨에도 자전거를 타고 통근을 해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불평과 불만이 표출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에게는 자신들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주권의식이 아직 희박해 보입니다. 국가가 시키는 대로 불평없이 사는 데 익숙합니다. 과거의 절대빈곤에서 벗어나 굶주리지 않고 따뜻한 잠자리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해하는 듯 합니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함께 민주주의 인식이 확산되고 또한 경제성장의 부작용으로 인한 사회적 모순이 심화되면, 중국사회도 많은 진통을 겪게 될 것 같습니다. 인권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중국에도 인권운동이 확산되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으려고 합니다. 소위 인권외교를 표방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연합도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죠. 주변국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강대국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것이죠. 다국적 기업들도 중국에서 사업 확장을 위해 아부하기 바쁩니다.
결국 민간 인권단체들이 중국의 인권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합니다. 국내 인권단체들이 중국 인권운동에 적극 나서보는 것이 어떨까요?
◎ 장호순 님은 순천향대 신문방송학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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