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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로서 예비판사 임용을 거부당한 이봉재 씨가 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 씨는 대법원이 '실효된 전과 또는 사상을 이유로 예비판사임용에서 탈락시킴으로써 자신을 부당하게 차별하여, 평등권과 공무담임권,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혔다.(본지 2월 25일자 참조)
이 씨는 진정서에서 자신의 임용거부가 대법원에서 통보한 성적, 경력, 연령, 직무수행능력 등의 고려가 아닌 국가보안법 전과 또는 그로부터 유추된 사상이 실질적인 이유로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씨는 근거로 예비판사 임용 성적권 내의 임용신청자 중 이 씨와 신청을 철회한 1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예비 판사로 임용된 사실을 들었다. 또한 95년부터 현재까지 국가보안법으로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은 사람은 임용권 내의 성적일지라도 모두(합계 8명) 임용을 거부당했다고 밝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법관 임용심사위원회는 지난 1월 14일 이 씨의 면접에서 '과거 자본주의 반대, 사회주의 지지 주장을 하였나요? 당시의 동료들과 아직도 만나고 있나요? 한총련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등 이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와 사상 검증 질문에 집중했다고 이 씨는 전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교사 임용을 거부한 사례에 대해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행위라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사면 복권된 전과를 이유로 교원 임용에서 탈락시킨 것은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를 이유로 한 고용 상의 차별행위로, 이는 헌법 11조에서 정한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사건번호 2002진차47)이라며 구제조치 이행을 권고했다. 또한 ""신원조사회보시 사면·복권된 전과를 통보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하고, 사면·복권된 범죄 경력은 범죄 종류와 관계없이 통보하지 말 것을 국가정보원장과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보안업무규정 31조는 공무원 임용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신원조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으나, 관련 규정 어디에도 사면·복권된 범죄 경력을 통보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이같이 사면·복권된 전과에 따른 차별이 반복되는 것은 국정원과 경찰청이 사면·복권된 사람의 신상정보를 보유하고, 그것을 제공하는 관행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사면되어 유죄판결의 선고가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다면 유죄판결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대법원 판례(96도2153)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이 씨는 ""아직도 나 같은 사람이 있고 내년에도 되풀이될지 모른다는 것이 답답하다""며 ""인권위의 권고라는 것이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여론의 압력을 통해서 내년에는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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