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제60차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한국정부가 이주노동자 정책을 자화자찬하는 낯뜨거운 일이 벌어졌다. 22일 의제 6 '인종주의,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와 모든 형태의 차별'을 다룬 회의에서 홍종기 제네바 대표부 차석대사가 한국정부는 이주노동자 차별철폐를 위한 조치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의 발
언을 한 것.
홍 차석대사의 발언 속에 미등록노동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강제추방이나 가스총과 수갑이 동원되는 단속과정, 외국인보호소 내의 비인간적 처우와 같은 실제상황은 쏙 빠졌다. 도리어 이러한 강제추방을 부른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에게 국내노동자와 동등한 지위를 주기 위한 조치로 화려하게 치장됐다. 고용허가제가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빼앗고 합법적인 노동기한도 3년만 주며, 그나마도 1년마다 재계약 하도록 해 노동3권 행사를 사실상 원천봉쇄한 이른바 '노예노동 허가제'라는 '보충설명'이 생략된 것은 물론이다. 이에 대해 이주여성인권연대 이금연 대표는 ""이 땅에서 4년 이상 노동한 이주자는 모조리 추방시키는 제도를 어떻게 자랑거리로 내세울 수 있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홍 차석대사의 '용감한' 발언은 ""의무교육 연령의 미등록이주노동자 자녀들에게 동등한 입학기회를 보장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금연 대표는 ""미등록이주노동자 자녀들에게는 학교장 재량에 따른 '청강생'의 자격만이 주어질 뿐이며 따라서 상급학교로의 진학도 제한되고 있다""며 이 발언을 일축했다. 현재 미등록이주노동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무국적 신분으로 교육, 의료 등 모든 공공서비스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홍 차석대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이주노동자에 대한 법률구제를 제공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에 자신있게 뽐내기도 했다. 그러나 평등노조 이주지부 서선영 선전국장의 말은 다르다. 서 국장은 ""지난해 10월 26일 표적 연행된 이주노동자 두 명에게 경찰이 수갑을 채운 채로 물을 먹이고, 집단 폭행한 진정사건에 대해 인권위는 피해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차례의 조사도 없이 기각결정을 내렸다""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 구제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식의 발언은 현실을 호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두 명의 이주노동자는 인권위 결정 직후 기각결정 통보도 받지 못한 채 강제출국 당했다.
실제로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강제출국 단속 과정이나 외국인보호소 내에서 인권침해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들 중 인권위에 진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이금연 대표는 ""여수 출입국관리소는 최근 수용된 샤멀 타파 씨의 항의가 있기 전까지 인권위 진정절차에 관한 안내문 하나 제공하지 않았다""며, ""수많은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인권유린을 당하고도 구제 받지 못한 채 강제출국 되고있다""고 말한다.
결국 '왜곡 광고' 일색의 이번 한국정부 발언은 현재의 반인권적 이주노동자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었다. 정작 '용기'를 내야할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비준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침묵했다.
한편, 국내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들은 오는 6, 7일 열리는 소수자 의제 관련 회의에서 강제추방 과정 및 외국인보호소 내 인권침해, 고용허가제도의 반인권성 등을 폭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