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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야∼ 뒤꿈치 내려."" ""허리 뒤에 붙이고 똑바로 앉아."" ""숨 쉬어, 숨!""
매년 4월에서 6월이면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신체검사가 있는 날, 아이들은 '땅콩', '숏다리', '뚱뚱보'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온갖 꾀를 다 동원한다. 예전에는 여학생들이 조금이라도 가슴둘레가 적게 나오게 하려고 어깨를 움츠렸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치수를 키우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게 달라졌다면 달라졌을까, 신체검사가 이루어지는 날의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는 몸무게에 민감해서 며칠 전부터 다이어트에 들어가고 심지어 전날 설사약까지 먹고 거의 탈진상태로 등교하기도 한다. 아예 학교에 안 나가버리는 아이들도 있다. 남학생들의 경우는 키에 민감하다. 사촌동생 준호는 친구들이 아무리 '땅콩'이라 놀려도 165cm는 넘는다고 우겼었는데 신체검사 날 실제 키가 들통나는 바람에 망신을 산 경험이 있다고 한다. 뭐 그렇게까지 목숨을 거나 싶지만, 지금처럼 외모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언론이 '몸짱 신드롬'까지 제조해내고 있는 현실에서 키, 몸무게와 같은 극히 개인적인 정보가 친구들 앞에 까발려지는 경험이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아이에게는 특정한 병력이나 질병만큼이나 체격에 관한 정보가 혼자서만 간직하고 싶은 비밀일 것이다.
그럼에도 학교보건법이나 교육부령으로 마련된 '학교신체검사규칙' 어디에도 학교가 신체검사 과정에서 아이들의 개인적 정보가 함부로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해 두지 않고 있다. 물론 문제의 몸통은 규격화된 미의 기준을 강요하는 사회, 업무와의 특별한 연관성이 입증되지도 않았는데도 '용모 단정', '남 171㎝ 이상, 여 159㎝ 이상' 등의 신체조건을 함부로 채용 조건으로 내거는 사회일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인격은 고려조차 하지 않고 다른 아이들이 줄줄이 늘어선 강당이나 교실에서 교사가 측정 결과를 부르고 한 학생이 받아 적는 절차를 그대로 방치해두어서는 안된다. 이는 성적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는 입시교육체제가 문제의 근본이라고 해서 아이들의 성적을 함부로 공개하는 학교나 교사에게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는 것과 같다.
<클래식>이나 <내 마음의 풍금>과 같은 영화를 보면 교사가 반 아이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한 아이를 불러 회충약을 나눠주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이야 그런 기가 막힌 일은 없어졌지만, 아이들의 체격이나 건강에 관련한 정보가 함부로 다루어지는 것은 여전하다. 지난해 네이스 반대 투쟁은 이미 수집된 정보가 어떻게 관리되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는 절차에 대해서도 관심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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